(분석)포털 '짝퉁' 판매 방조책임, 어디까지?
2009-06-19 16:55:11 2009-06-19 16:55:25

[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루이비통’을 검색하면, 루이비통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여러 개 뜬다.

 

검색된 사이트의 다수가 ‘루이비통st’, 즉 루이비통 스타일이나 ‘홍콩 직수입’ 등의 설명으로 이른바 '짝퉁'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진품 여부를 확인하자 “정품과 거의 비슷한 홍콩명품인 SA급”이라고 소개한다.

 

네이버는 올해 초에도 명품 '짝퉁'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광고로 노출시킨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전히 이런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있다. 검색창에서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검색하면 노출되는 검색광고에 '짝퉁' 판매사이트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모조품 판매 사이트들은 포털에서 노출되는 순위와 판매 방식 등에 따라 검색광고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인기 키워드의 경우 월 수천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이처럼 포털들이 '짝퉁 명품' 판매를 사실상 방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걸까?

 

일단 포털들은 "검색어를 파는 사업자 입장에서 짝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의무는 없으며, 사정이 그런데도 방조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포털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표권 침해 여부는 명품 업체와 짝퉁 업체 사이의 문제지 검색어를 판매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명백한 이유 없이 포털이 임의로 불법 판매 업체라고 단정해 해당사이트를 배제할 경우 공정경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측도 “포털이 짝퉁 업체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관세청 등과 공조체계를 마련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포털들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의견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포털사이트가 상표권이 있는 검색어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포털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파이어폰드(FirePond)가 "상표권을 무시하는 키워드 검색 광고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인터넷 기업 구글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에서 자사 이름을 검색하면 경쟁업체가 돈을 주고 등록한 검색광고 결과가 먼저 등장해 고객들에게 혼란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 지난 3월에는 상표를 온라인 검색 광고에 이용하는 문제를 두고 6년간 싸워온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과 구글의 법정 다툼이 끝내 EU고등법원으로 이관됐다. LVMH그룹은 지난 2003년 구글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파리중앙법원에 30만 유로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구글이 검색 창에 입력하는 ‘루이비통’ 키워드를 가짜 루이비통을 파는 업체, 경쟁사 등에 판매해 스폰서 검색으로 노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 전에 포털이 먼저 개선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저작권 관련 전문가인 김대일 변호사는 “포털이 상표권이 없는 유사업체에게 검색어를 판매하는 것은 명백히 상표권 침해 방조”라며 “정보보호통신망법 등이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유통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포털이 광고 수익을 위해 이를 모른척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모조품시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 구매자가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자각을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포털에서 검색된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경우 그런 인식이 엷어진다"며 "그런 점에서 구매자의 상표권 침해를 방조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이 상표권에 대한 인식 없이 검색어를 단순 입찰액에 따라 판매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보는 의견도 많다.

 

홍종필 이화여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특정 키워드에 대해 높은 광고단가로 입찰하는 광고주에게 노출의 우선순위가 주어지는 방식은 브랜드를 공식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 비공식 광고주에게 키워드 광고의 우선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국내 포털들이 최근 언론사 콘텐트를 마치 자기 것인냥 해온 관행을 개선하는 등 상표권·저작권 문제에서 어느 정도 시정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색어 판매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송수연 기자 whalerider@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