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정보도 인맥따라 '줄줄'…T사, 탄탄한 배경 활용해 사업 확장
새마을금고 공제사업 대표와 친분…MB정부 실세 임태희 전 실장과도 막역
최모 대표 설립한 재단엔 장관급만 4명
2015-08-19 07:00:00 2015-08-19 07:00:00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T사 콜센터. 사진/뉴스토마토
 
새마을금고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의 핵심 열쇠는 텔레마케팅 업체 T사가 쥐고 있다. 복수의 내부 제보자가 내놓은 증언과 자료 등을 종합하면, T사가 수집한 새마을금고 가입자 개인정보는 600만건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업력도, 실적도 미약한 T사가 새마을금고로부터 이 같은 사업을 따낸 데는 회사 대표 최모 씨와 새마을금고 고위 관계자의 인맥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게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도와달라" 요청에 개인정보 파일까지 건네
 
취재 결과, T사는 지난 2004년 설립된 이후 한동안 텔레마케팅 관련 영업실적이 매우 저조했다. 회사 설립 이후 텔레마케팅 영업을 수행한 것은 연간 1건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T사가 새마을금고의 봉안당 판매와 관련한 텔레마케팅 업무를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MG자산관리가 사업 관련 퍼미션(상품안내 동의전화) 업무를 맡는 모양새를 갖추고, 실제로는 T사가 담당한 배경도 의문이다.
 
고리는 인맥에서 찾아진다. T사의 대표이사인 최모씨는 지난 2000년 무렵 보험사 직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파견됐다. 최씨는 이때 김성삼 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부문 대표(당시 금감원 보험조사실 팀장)와 인연을 맺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최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김성삼 대표를 찾아가 "실적이 없으니 일거리 좀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봉안당 영업과 관련해 T사와 새마을금고 공제관리부가 긴밀히 협조했다는 증언이다. 한 제보자는 "T사 최 대표와 새마을금고 김00 공제관리팀장이 수시로 만나고 통화해 봉안당 영업을 추진했다"며 "공제관리부가 개인정보 제공에 직접 가담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공제사업인 '아름다운준비공제'를 주도하고, 봉안당 사업 개발에 깊숙히 관여한 김모 팀장은 김성삼 대표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가 회원에게 직접 퍼미션하는 일을 T사에 맡긴 것은 물론, 서울과 경기·인천에 사는 30~50대 회원의 개인정보가 담긴 USB를 T사에 넘겨준 것에도 새마을금고가 관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공제사업 관계자는 "T사는 아름다운준비공제의 봉안당 판매 사업으로 처음 일을 같이 했다"고 해명했으나, 새마을금고가 T사에 일감을 준 것은 이뿐만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1년 최 대표가 설립한 법인 중 하나인 피에스씨컨설팅과 경기 용인시에 있는 동화추모공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들은 인맥에 의한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 대표는 취재팀이 사무실과 자택을 수차례 방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뒤늦게 이뤄진 전화통화에서는 "봉안당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콜센터 운영·관리만 맡았다"며 "할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T사의 막강 배경…MB정부 실세 임태희와 막역
 
최 대표의 인맥을 활용한 사업과 개인정보 이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설립한 119안전재단이 현재까지 수집한 개인 의료정보만 1만건에 달한다. 이곳은 응급 환자를 구조할 때 활용하는 개인의료정보 시스템 '119생명번호' 등을 구축하는 비영리재단이다. 지난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뒤 전국 10개 지자체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가입자의 이름과 전화번호·주소·비상연락망·질병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대리급 직원 단 1명이 관리하고 있다. T사와 119안전재단은 같은 건물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난 2007년 설립된 재단이 수년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부임한 2013년 4월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도 인맥이 작용했다. 임 이사장은 경동고 31회 졸업생으로 최씨(39회)의 고교 선배다. 아울러 연간 예산 10억원 수준인 재단의 운영자금은 임 이사장이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으로 채워졌다.
 
재단 고위 관계자는 "119안전재단은 임태희 이사장이 오기 전까지는 비가동 상태인 페이퍼컴퍼니였다"며 "안전문제에 관심이 많은 임 이사장이 개인 인맥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임 이사장이 이 사업을 하는 이유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도 전했다.
 
재단 이사진들도 인맥으로 얽히고설켰다. 직원 수가 6명에 불과하지만, 재단에 속한 이사·감사는 10명이나 되고, 전·현직 이사 가운데 장관 타이틀을 가진 이가 4명에 달한다. 검찰·감사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고위직 출신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또 상당수가 경동고·서울대·행정고시 출신이어서 최씨·임 이사장과 인맥으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제보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고 있어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MB정부에서 고용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 이사장은 최 대표의 든든한 배경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는 그럼에도 재단에 대한 현장관리·감독을 최근 3년간 진행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119안전재단에 대한 3년 주기의 감사를 지난 2011년 최초 실시하면서 이익사업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으나,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현재까지 추가 감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임태희 이사장은 취재팀의 질의에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게 된 계기는 고교 후배이자 재단 설립자인 최 사장이 '국민의 안전에 도움되는 공익사업이니 꼭 맡아달라'는 제언을 듣고 승낙한 것"이라면서도 "재단은 이권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저와 임원진은 급여나 업무지원비 등 혜택도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유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로, 유출·악용될 수 있기에 최고 등급의 보안으로 저장·유지·업데이트하고 있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민간 비영리단체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도 특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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