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10일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며 탈당 선언을 했다. 내년 20대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탈당 선언문을 발표하고 "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몸을 던져야 할 3선 중진의원이 당에 오히려 누가 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며 "20대 총선도 불출마한다"고 했다.
탈당 선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를 불과 15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의총에서는 이날 국회에 제출된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4)씨로부터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사전 구속영장도 청구됐다"며 "동료 의원들이 비리 감싸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 아파 못 보겠다"고 했다.
다만 박 의원은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면서도 구속 수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할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수사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평생 고향인 남양주를 떠난 적이 없고, 지난 5일에는 무려 20시간 30분이라는 고강도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며 "검찰은 지난 70여일간 모든 증거를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다. 정치자금과 과도한 축의금, 시계 선물 등에 대한 수수 사실도 모두 인정하고 수사 초기에 자수서도 이미 제출했다"고 항변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경기 남양주을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냈다.
한편 여야는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를 오는 13일 열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정치자금법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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