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인천 중구 상인들이 롯데팩토리아웃렛 인천점 입점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김상우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복합쇼핑몰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지역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이 커지고 있다. 유통 재벌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걸며 복합쇼핑몰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상은 지역 상권과의 대립이다.
복합쇼핑몰이 출점하거나 예정된 지역 상인들은 복합쇼핑몰 입점이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닌 지역상권 초토화를 초래한다며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또 유통 재벌들이 지역 상권과의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허울 뿐이라고 비판한다.
◇생계형 지역상인은 '퇴출' 대기업 복합쇼핑몰은 '육성'
문제는 정부다. 유통 재벌의 상권 독식이 이어짐에도, 오히려 복합쇼핑몰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정책 지원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유통산업발전 5개년 계획'을 보면 복합쇼핑몰 육성에 대한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산업부는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복합쇼핑몰 등 신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산업 중요성과 발전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생계형 서비스 업종의 퇴출 전략을 추진할 것을 정책 목표로 제안해 지역 상인들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정부 방침이 대기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복합쇼핑몰의 주 무대로 확장됐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사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복합쇼핑몰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지자체·대기업 vs. 지역상인'과의 대결구도를 낳았다.
신규철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중소 상인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서민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가 유통산업의 한 축인 중 소상인들을 무시한 채 유통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합쇼핑몰로 지역상권 붕괴…매출 47% 급락
복합쇼핑몰의 초창기 형태인 아웃렛이 패션 브랜드 중심의 쇼핑센터였다면, 복합쇼핑몰은 쇼핑과 문화(엔터), 외식, 교육, 여가 등 모든 생활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근 지역 소비자는 물론 원거리 소비자들까지 끌어모으는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영등포 타임스퀘어, 파주 신세계 첼시, 롯데 프리미엄몰 아웃렛 반경 5~10Km 이내의 상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복합쇼핑몰 인근 상권은 출점 전과 비교해 매출이 무려 4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음료 업종은 80% 가까운 매출 급락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복합쇼핑몰의 지역상권 파괴가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역시 비슷했다. 대기업의 아웃렛 입점 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무려 84.2%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월 매출 2500만원 미만 영세 업체 92.5%가 대기업 아웃렛 입점 후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지자체와 유통 대기업의 주장처럼 복합쇼핑몰로 인한 주변 상권과의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인근 상권이 슬럼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조사 결과에서 보듯 복합쇼핑몰은 지역 상권에 핵폭탄급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매출이 30% 하락하면 폐업을 고민하고, 50% 하락하면 그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복합쇼핑몰은 출점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원거리 지역의 지역 상권까지 블랙홀처럼 흡수,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큰 파괴력을 내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생방안은 허울뿐…"지역상인 몰락시켜 비정규직 채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재벌들은 복합쇼핑몰 출점과 관련한 지역 상권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역민 고용 창출, 산학 연계 사업 및 관광 활성화, 도시 이미지 향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 소상인들은 이들 대기업의 상생 약속이 허울뿐인 생색내기라고 비판한다.
롯데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은 유명 해외명품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켜 지역 상권에 있는 일반 브랜드와 중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외명품 매장은 고작 20%에 그쳤고, 대부분 지역 상권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와 겹쳤다. 인근 상권의 매출 급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고용창출 역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대부분은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경우, 개점 당시 3500명의 고용 창출을 약속했지만 실제 고용된 지역민은 1250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의 경우, 종사자 1400여명 중 비정규직 비율이 97.6%에 달했다.
지역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복합쇼핑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유통 재벌들의 명분을 검증 없이 이어받아 지자체 스스로 지역 상권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신규철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유통 재벌들은 상생 협약장에서만 머리를 숙일 뿐, 본질적으로 상생 의지가 없다"며 "지역경제에서 소매업을 하던 사람들을 몰락시켜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 점원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상생협약을 세분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수단이 뒤따라야 한다"며 조속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케아 광명점을 예로 들며 "지자체는 복합쇼핑몰을 유치할 때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을 좀 더 고민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김상우 기자 theexo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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