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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스타트업 창업지원의 산실로 거듭난다
디캠프, 구글캠퍼스 서울, TIPS창업타운 등 지원기관 잇따라 자리잡아
2015-08-07 06:00:00 2015-08-07 06:00:00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주변은 네이버와 넥슨, 엔씨소프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벤처기업의 산실로 불렸다. '테헤란밸리'로 불리며 1세대 벤처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지만 이후 벤처 열풍이 꺼지며 다소 명성이 퇴색하기도 했다. 
 
그랬던 이곳이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 지원의 메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의 창업을 돕는 지원기관들이 테헤란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 테헤란로 인근 창업지원기관 위치현황. 사진/중소기업청
 
가장 먼저 이곳에 자리잡은 벤처지원기관은 지난 2013년 3월 문을 연 '디캠프(D.Camp)'다. 국내 20개 은행 및 금융기관이 설립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만든 디캠프는 예비창업자부터 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원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복합 창업생태계 허브를 표방한다. 창업가에게 업무공간을 제공하고 선배창업자 초청 멘토링, 투자자 등 전문가패널을 대상으로 발표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행사를 지속 진행하고 있다.
 
디캠프 내 협업공간에서 벤처인들이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 사진/디캠프
 
기자가 디캠프를 찾았을 때 건물 내 협업공간에는 70여명의 창업가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소셜 애플리케이션 '친친'을 운영하고 있는 빅터 칭(Victor Ching)씨는 "부담없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기업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이점이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김형기 디캠프 사업운영매니저는 "SK텔레콤, 폭스콘 같은 대기업과 선배 벤처기업 쉐이커 등의 후원으로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창업생태계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아산나눔재단이 역삼동에 설립한 마루180은 교육, 투자, 네트워킹 등 창업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창업지원공간이다. 이희윤 마루180 청년창업팀 매니저는 "발전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가 각 층마다 입주해 상호 협력하는 창업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루180 내 입주 스타트업들의 사무공간 모습. 사진/마루180
 
1층 협업 사무공간형 카페는 예비 창업가와 1인 기업, 개발자 등의 네트워킹 및 업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2~5층에는 스타트업과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등 20여곳이 함께 입주해 있다.
 
테헤란밸리의 창업지원기관 입주 열풍은 올해들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지하 2층에 개관한 구글캠퍼스 서울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여성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입주 전용공간에는 8개 스타트업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 서울 전경. 사진/구글캠퍼스
 
입주사 중 한 곳인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는 "유명 로펌의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아마존 웹서비스 크레딧을 지원해주는 등의 혜택이 있다"며 "구글이 만든 창업공간에 입주했다는 것도 향후 글로벌 진출단계에서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네이버도 강남역 인근에 'D2 Startup factory(D2SF)'를 마련했다. 초기단계의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D2SF를 통해 네이버는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원천기술 자체가 핵심경쟁력인 기업을 선정해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멘토링 교육과 홍보·마케팅, 서버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청도 지난달 마루180 인근 4개 건물에 'TIPS 창업타운'을 개소하고 벤처창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조성한 TIPS 창업타운내에서 벤처기업인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최한영 기자
 
입주기업 리니어블의 문석민 대표는 "오픈된 공간에서 다른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정부 연계과제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입주기업인 클디의 백승욱 대표는 "정부가 유망창업팀을 선별, 엔젤투자 등과 매칭해 지원하는 TIPS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기업의 경우 관련 기관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건물 내에 엔젤투자협회, 창업진흥원 등이 들어와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건물 1층 하드웨어 시제품제작소에 있는 3D프린터와 스캐너, CND 밀링 등도 필요한 기업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요즈마그룹도 올해 안에 역삼역 인근에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를 세울 계획을 밝히고 준비 중에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테헤란밸리 인근은 2000년대 벤처열풍의 진원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상당수 VC, 엔젤클럽 등이 몰려있는 이점도 있다"며 "창업 지원기관들 사이의 특장점도 있는만큼 이들 간의 교류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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