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가 국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정유업은 마진이 낮은 사업"이라면서 "소매업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말한 소매업은 자체 주유소 사업을 말한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기존 알뜰주유소 공급 외에 국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한화그룹이 지난 4월 말 삼성으로부터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인수를 완료함에 따라 사업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워왔다. 한화토탈은 원유정제시설(CDU)이 없지만, 휘발유와 경유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화토탈을 주축으로 소매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과 이를 유통하는 주유업의 개념이 뒤섞이면서 '정유사업 재진출설'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한화가 지난 1999년 경인에너지를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기 전까지 정유사업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빅딜'이 성사돼 한화토탈 인수 의미가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한화토탈의 사업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인수 계열사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내부 방침"이라면서 "이미 세워놓은 중·장기 전략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큰 틀에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한화토탈의 전략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알뜰주유소와 한화토탈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정유사도 주유소 사업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소매업에 진출하려면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면서 "자체적으로 주유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려면 비용과 시간 등이 워낙 막대하게 들기 때문에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자체 주유소 사업은 현재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등이 선점한 상태다. 특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각 정유사들도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계 역시 한화그룹의 주유소 사업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근 삼성그룹과 빅딜을 통한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 시내 면세점 사업 선정으로 재무적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주유소 사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자본을 필요로 하는 데 현 상황에서는 재정적 여력이 뒷받침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알뜰주유소 2부 입찰에서 경유 공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물량 자체가 미미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연간 1억9200만리터를 공급했다. 지난해 경유 생산량(12억8000만리터)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화토탈은 현물 시장의 거래가 왕성하기 때문에 알뜰 주유소로 들어가던 물량을 판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알뜰주유소 사업에 뛰어들기 전 일본과 싱가포르에 물량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만큼 판로 개척의 부담도 적다는 게 한화토탈 측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한화토탈의 단독 응찰로 유찰된 휘발유 부문에 대해서는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는 22일 2부 시장 휘발유 공급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재입찰도 유찰될 경우 가격 등 입찰 조건을 변경해 다시 입찰이 이뤄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알뜰주유소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정유사 때리기'의 일환으로 도입된 만큼 결국 한화토탈이 휘발유 공급권을 따내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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