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처리를 위한 주총에서의 한판 승부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과 엘리엇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양측 모두 전시 태세로 전환, 막판 의결권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급한 쪽은 삼성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라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가 이번 결전에 달렸다. 자칫 엘리엇의 제동에 발목이 잡힐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사활을 걸고 엘리엇의 도전을 막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이다.
14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전시 체제를 갖추고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자사주를 KCC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한편 국민연금과 기관 등 끌어들일 수 있는 지분은 최대한 확보했다. 표 이탈을 단속하는 동시에 엘리엇 측의 지분 확보 현황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 수뇌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 설득 작업에 공을 들였다. 또 거버넌스위원회 설립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물산 전 직원에게는 총동원령을 내려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애쓰고 있다.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소액 주주 표심을 얻기 위해 이미 안내책자 발송이 이뤄졌으며, 직원들을 보내 위임장도 받고 있다.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 TV와 신문, 포털 등에 이번 합병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는 광고를 일제히 내걸었다. 미래전략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결론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합병 성사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삼성그룹과 엘리엇 측의 지분확보 현황. 사진/뉴스토마토
삼성 측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합병에 반대하는 표는 엘리엇(지분율 7.12%)과 일성신약(2.1%) 등 총 11.62%로,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등 특수관계인과 KCC(5.96%)의 지분율을 더한 삼성 측 지분 18.14%에 못 미친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1.21%)이 합병 찬성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분율은 31.15%로 크게 올랐다.
문제는 합병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주총 참석률은 70%대를 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엘리엇에게는 23%, 삼성에게는 15%의 표가 부족하다.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일부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의 표 향방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삼성과 엘리엇이 장외 공방전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는 물론 전국 100여개 신문과 TV에 일제히 광고를 싣는 대대적 물량 공세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우편물을 보냈고, 지금은 소액 주주들을 한 분씩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며 "17일 오전 9시까지 찬성 위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설득 작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17일 예정된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삼성의 호소문. 사진/뉴스토마토
엘리엇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우군으로 분류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집력을 높이는 동시에 삼성과의 법적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삼성물산 소액 주주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삼성물산 주가가 의도적으로 저평가됐다며 합병안 반대 동참을 호소했다.
국민감정에도 호소했다. 엘리엇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폴 싱어 회장의 사진을 배포했다. 사진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채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싱어 회장의 모습이 담겼다. 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이 제기하고 있는 '먹튀' 주장을 일축하는 등 반격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힌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사진/뉴스토마토
상황이 한 치 앞을 모를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무게추는 점점 삼성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국내 투자 동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민연금이 찬성으로 가닥을 잡아 합병은 찬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그간의 사업 재편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서 삼성 측도 이번 합병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며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기성·최병호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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