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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우천취소, 근심 쌓여가는 국내 프로야구
2015-07-11 11:48:35 2015-07-11 11:48:35
오랜 가뭄 끝에 최근 잇따라 단비가 내렸다. 그러나 프로야구 관계자들 대부분은 반가움보다는 우려감이 앞선다. 막바지 일정 조정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더블헤더 혹은 월요일 경기가 불가피하다.
 
◇2015년 7월10일 현재 구단별·구장별 순연 경기 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지난 9일까지 비를 비롯한 여러가지 사유로 순연 결정된 경기는 49경기다.
 
팀별로는 두산-NC-SK가 12경기를 오는 가을로 미뤄야 했고, 삼성과 KIA가 11경기씩 치르지 못했다. 한화는 10경기가 순연됐고 넥센과 롯데, KT는 8경기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가장 적게 순연된 팀은 LG로, 당초 예정된 지난 경기 중 6경기만 못 했다.
 
야구 경기의 우천 순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야외 경기인 야구의 특성상 경기의 우천 순연은 있을 수 있는 건이다. 다만 올해는 여러 요소가 겹쳐 우려할 이유가 늘었다. 우천 순연에 대한 우려감이 '대책 마련'이란 다음 단계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해 동기 대비 많은 순연 경기..아직 끝 아니라 더 문제
 
이번 시즌은 다른 해보다 유달리 순연된 경기의 수가 많다. 최근 5년의 3~6월 월별 순연 경기 통계를 보면 올해 취소된 43경기가 최다다. 지난 해의 15경기에 3배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2011년 37경기를 취소한 것에 비해서도 많다.
  
기상청 등은 '42년만의 유례없는 가뭄'이란 말로 최근의 기상을 설명하나 도시는 국지성 폭우가 빈번했다.
 
지난 4일 세 번의 중단 끝에 노 게임(No Game) 선언된 대전 NC-한화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일 오전까지 비로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대전 지역에 한해 갑자기 비가 내렸고, 끝내 경기는 무위가 됐다. 
 
문제는 이제야 본격적인 여름 장마철이 시작 중이라는 점이다. 7~8월 장마철 비로 취소되는 경기 횟수는 더욱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 8월을 마치면 다양한 이유로 순연 결정된 경기가 최대 70경기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현재 치르지 못한 경기는 49경기만이 아니다. 개막 연전이 2연전으로 편성돼 이에 따른 미편성 다섯 경기도 있다. 54경기를 더 치러야만 한다. 9월13일까지 편성된 기존 정규 시즌의 일정은 10월이 되야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경기가 비로 노 게임(No Game) 선언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한밭야구장)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순연에 따른 팀별 유불리 있다?
 
프로야구 순연 결정의 절대 다수는 비로 기인한다. 기상에 따른 것으로 돔구장 건설이 아닌한 사람이 어찌 대비할 영역이 아니다. 
 
순연 결정된 경기 수와 종류를 보면 유불리를 따질 요소도 있다. 하나는 주축 선수의 부상 여부고 다른 하나는 순연 경기의 장소가 어디냐는 것이다.
 
주축 선수의 부상 혹은 부진 사례가 많은 팀인 삼성과 롯데는 경기의 순연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선발 로테이션이 꼬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하루라도 휴식할 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순연 경기의 원정·홈 여부를 보면 SK와 한화가 낫다. SK는 12경기가 순연됐는데 홈경기가 9경기로 절대 다수다. 한화는 10경기 중 7회가 홈 경기다.
 
반면 선수 삼성은 11경기가 취소됐는데 원정경기가 7경기며 상대 팀이 모두 다르다. 추후 재편성될 경기의 장소가 전국에 퍼져있는 것이다. 당일치기 원정 일정이 연속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2015년 7월10일 현재 구단별 순연 경기 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문제는 시즌 다 마친 후 열릴 국제대회 '프리미어 12'
 
야구계가 우천 취소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올해 경기 수가 720경기(팀당 144경기)로 지난해 576경기(팀당 128경기)에 비해 늘은 점이 있다. 경기 수가 늘면서 지난해보다 경기가 더욱 많이 열린다. 그만큼 비로 밀릴 경기가 발생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이보다 더욱 큰 문제 이유는 지금 상황의 영향을 받을 대상이 한국 리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국제대회 '프리미어 12'가 진행된다. 프리미어 12의 공식 개막전은 11월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릴 한국-일본 경기다. 늦더라도 11월6일에는 삿포로로 옮겨 컨디션을 조율하고 출전해야 한다. 
 
올해는 "초겨울 포스트시즌 치르면 되지"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최소 24일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이동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 이동일, 플레이오프 5차전, 이동일, 한국시리즈 4차전'의 경우다. 예비일을 하루씩 끼워넣고, 한국시리즈이 7차전까지 열리면 포스트시즌 일정은 31일까지 늘어난다.
 
한국시리즈를 11월5일까지 마치려 한다면 정규시즌 일정은 적어도 10월3일까지(정규시즌-포스트시즌 이동일 하루 감안) 끝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를 도입해야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장의 일선 감독들도 경기의 순연 문제가 심각하단 점을 인지하고 있다.김 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채진과의 대화 도중 "다른 감독들에게 물어보면 더블헤더와 월요 경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최근 상황에 대해 말했다. 
 
KBO는 오는 8월말 잔여경기 편성을 확정할 것이란 방침이다.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통해서다. 다만 의견 조율(더블헤더·월요경기)이 과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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