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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사장은 고의로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을까
2015-07-03 16:29:13 2015-07-03 16:29:26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에 대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번 사건에서 관건은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이 타사 제품을 파손할 의도로 세탁기 도어를 힘껏 눌렀느냐다.
 
재판부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판부는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을 전시했다면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과 변호인측에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 기간 중 슈테글리츠 매장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 '크리스털 블루'의 도어를 양손으로 몇 차례 강하게 눌러 제품을 손괴했다며 조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섯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 끝에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의 심리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조 사장 측 변호인은 고의성 없음을, 검찰측은 고의성 있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조 사장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힘을 가해 닫아야 할 정도로 세탁기를 손괴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 측은 조 사장이 세탁기 도어를 파손한 탓에 도어가 흔들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의 독특한 이중 힌지 구조로 인해 생긴 유격과 공차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전시장에 CCTV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회사의 사장이 LG전자 로고가 박힌 배지와 가방을 들고 경쟁사 전시장에 가서 제품을 파손하는 게 말이 되냐"며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당연히 해볼 수있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사장은 삼성 제품뿐 아니라 밀레 등 다른 매장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제품을 테스트했다"며 "고의성이 없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주장의 본질은 이렇다. 조 사장이 삼성 세탁기를 고장낼 목적이었다면 세탁기 도어를 아래로 누른 후 그 매장에 장시간 머물며 냉장고, 건조기 등을 느긋하게 보겠냐는 것. 또 당시 제품이 손상됐다면 당시 조 사장 인근에 있던 프로모터가 조치를 취했을텐데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다.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에도 검찰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 측은 "상식적으로 소비자가 (파손된 삼성전자 세탁기를 보고)못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손이 이뤄진 만큼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문제의 세탁기와 정상 세탁기를 비교 검증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해외 증인심문 절차를 오는 8월 중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IFA 2015가 시작되기 전 재판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조 사장은 공판이 끝난 후 "오늘 변론한 내용에 대해 만족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변호인이)성실하게 잘 소명해준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 공판 초기인 만큼 조 사장의 공식적인 입장은 증거조사를 마친 후 진행되는 피고인 심문에서 들을 수 있을 예정이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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