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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확대 속 공매도 투자주의보
주가 급락할 위험성 높아…대차잔고 증가 예의 주시해야
2015-06-28 12:00:00 2015-06-28 12:00:00
헤지펀드는 공매도의 주요주체로 꼽히는데, '엘리엇 사태'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1
 
올 상반기 국내 금융투자업계 가장 이목을 끈 주인공으로 '엘리엇'을 꼽는 이들이 많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획에 대해 삼성물산 지분 7.1%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엘리엇과 삼성 측이 공방전을 벌이는 사이 공매도 물량 증가로 인해 주가가 떨어져 큰 손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는 차입하거나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인데, 통상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높은 가격에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short covering) 차익을 내는 매매방식이다.
 
상반기 공매도 물량 15억주 넘어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규모는 유가증권시장 10억1355만7000주(31조5528억원), 코스닥시장 4억9201만8000주(6조7710억원)를 기록했다. 공매도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매도는 차입한 증권으로 결제하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차입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한 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공매도 규모가 급증했고, 최근 국내 주식시장 상·하한가 폭이 30%로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룰 정확히 인식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공매도 주식수는 각각 21만주, 36만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전인 전날보다 각각 38배, 968배 급증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역시 공매도를 이용하려는 세력에게는 먹잇감이 될 수있다. 개별주식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태희 연구원은 "공매도를 활용하려는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특정 종목의 공매도가 급증한 후 주가가 하락할 위험 등 문제점들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특별한 호재나 실적 없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공매도"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선수 헤지펀드 성장세
자본연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꼽힌다. 국내 헤지펀드는 출범 3년 반만에 총 설정액 3조원(5월 말 기준)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헤지펀드의 절반은 공매도를 활용하는 롱숏(long-short)전략을 구사한다. 롱숏전략은 매수를 의하는 '롱(long)'과 매도를 의미하는 '숏(short)'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2011년 출범 당시 국내 헤지펀드의 대다수는 이같은 롱숏전략을 채택했다.
 
롱숏펀드(long short fund)와 롱숏ELB(long short equity linked bond) 등 공매도를 활용한 상품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다.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 규모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롱숏펀드는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하고, 반대로 하락이 점쳐지는 주식은 미리 빌려 공매도해 차익을 추구한다. 롱숏ELB는 롱숏펀드와 달라 투자자금을 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에서 투자하고, 같은 규모의 회사 자금으로 투자자문사를 통해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을 말한다.
 
대차잔고 늘어나면 공매도 가능성 높아
개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매도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종목이나 시장별 공매도 수량은 공개되지만, 공매도의 주체와 주체별 매도량 등 종목별 공매도 잔고정보는 금융당국 내부정보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를 예측하는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차잔고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잔고 상당 부분은 외국인투자자에 의한 공매도에 활용되고 있어 단기간에 대차잔고가 급증하면 공매도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대차거래 잔고 주식수는 19억9251주, 금액은 55조466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23.6%, 29.1%씩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도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의 경우 실적 관련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한편에서는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효진 연구원은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법안 같은 제도 도입이 선행돼야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개인들은 공매도 리스크 노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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