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부실 구제역 방역 관계자 5명 징계
물백신 도입해 400억 혈세 낭비…항체 낮은 돼지 농가 과태료도 지적
2015-06-18 15:35:05 2015-06-18 15:35:05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구제역 사태 수습 과정에서 백신 등과 관련한 문제를 숨기고 보고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실의 주의·경고 조치를 받았다. 특히 관계자 5명은 과도한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무총리실 소속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관련 조처를 받게 됐다.
 
18일 농식품부 감사담당관실은 농식품부가 구제역 백신을 선정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관련 검토와 보고를 태만히 하는 등 가축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담당자 1명은 중징계, 4명은 경징계 처분을 받게 됐으며, 이밖에 관계자 15명과 12명은 각각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실은 우선 검역본부가 백신 효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오 마니사(O-Manisa) 백신에 대해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오 마니사 백신 보다 효능이 더 나은 백신이 국내에 있음에도 쓰던 백신을 과신하며 새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이다. 학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2.5%에 이르던 오 마니사의 백신 효능(바이러스와 백신 간 매칭률)은 지난해 16.6%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더구나 농식품부는 오 마니사를 국내에 수출한 메리알사의 백신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믿고, 국내 동물용의약품 국가출하승인 검정기준에 따른 관련 안전시험 등을 한차례도 자체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백신 수입단가의 적정성, 국내 기술이전 추진 상황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혈세 350억~400억원을 들여 수입하는 구제역 백신 구입비에 대한 관리도 소홀하게 했다.
 
농식품부는 또 구제역 발발에 앞서 돼지 등 동물진단에 사용하는 항체 진단키트도 검역본부가 공동 개발한 제품 위주로만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2개사가 유사 제품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검역본부는 본부장의 결재조차 없이 본부의 공동 개발 제품만을 구매해 사용한 것이다.
 
예방접종 미실시 축산농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도 적절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항체가 낮은 돼지를 소유한 농가에 대해 무조건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마저도 법령이 아닌 농식품부 자체 공문에 의거해 과태료를 물린 것이다. 농식품부는 또 백신을 맞힌 돼지에게 육아종 등 부작용이 나타나 농가가 피해를 입게 됐음에도 적절한 보상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감사실의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방역체계 개편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 방안의 골자는 방역이 미흡한 농가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농가에 책임 떠넘기기가 심각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농가가 가축농장 간 이동할 때 ‘구제역 검사증명서 휴대’를 의무화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농식품부의 행정편의만을 고려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중으로 된 방역체계탓에 방역의 기능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던 그간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검역본부를 강화한다는 안을 내놨지만 이를 위한 뚜렷한 도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농식품부는 그간 사후약방문 방식으로 실시하던 방역을 사전상시예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수많은 질타를 받은 백신관리체계에 대해 백신 대응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키로 했다. 아울러 축산업 허가제와 동물복지 인증제를 강화해 구제역 토착화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공장식 축산’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농식품부는 7월께 최종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역본부가 책임성을 가지고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추진에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이라며 “외부 의견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등 공직자로서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주이석 축산검역본부장은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돼지가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 1월22일 처음 인정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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