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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스펙초월’ 대기업부터 확 달라진 채용문화 트렌드
가벼워진 이력서…더 깐깐하고 더 다양해진 면접방식
2015-06-18 06:00:00 2015-06-18 06:00:00
◇직무능력중심을 기반으로 한 채용이 공공기관 뿐 아니라 대기업 등에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능력중심 취업을 위한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뉴시스
정부는 올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한 채용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시켰다. 정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도 NCS를 기반으로 한 채용방식을 확산시키려는 방침이다. NCS 기반 채용이 신규 입사자는 물론 공기업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각 대기업들도 기존의 채용방식 대신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도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올해 상반기 변화하고 있는 채용시장의 트렌드와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직무능력중심 채용을 준비하는 방법을 짚어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은 화려한 학점과 토익점수, 인턴경험, 각종 수상경력 등을 중요한 합격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소위 ‘스펙’(SPEC)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올해 취업시장은 예년과 다른 풍경을 보인다. 스펙보다는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탈스펙’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공개오디션, 자기PR, 소셜리쿠르팅 전형 등 생소한 이름의 채용문화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채용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의 형태와는 다른 방식의 채용문화가 늘어나고 있다”며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어 취업준비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취업준비생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기업의 특성에 맞게 준비해야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스펙은 안 봐”…‘열린 채용’ 올해도 트렌드
 
지난해부터 ‘오버 스펙’의 대안으로 나온 ‘열린 채용’은 올해도 대기업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은 나이와 성별, 학력, 장애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실력으로만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상반기부터 스펙을 폐지했다. 학력과 전공, 학점 등의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외국어와 해외경험 등의 스펙은 보지 않았다. LG그룹은 수상격력과 어학연수, 봉사활동을 없앴고, 포스코는 학력·어학능력 등을 보지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하반기부터 출신대학과 어학능력을 이력서 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외모가 채용에 중요한 기준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 항공사는 국내 항공계 최초로 증명사진란을 없앴다.
 
지난 2013년 입사지원서에 사진과 부모의 직업, 주소를 없앤 현대자동차는 올해에는 동아리와 봉사활동 내역란을 폐지했다.
 
직무역량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오버스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대기업들은 자체 인적성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수 십 만명이 지원하는 삼성그룹의 SSAT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HMAT, SK그룹의 SKCT 등이 그 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HATCH를 개발해 상반기부터 활용했다.
 
◇일일근무부터 합숙·음주까지 ‘이색채용’ 확산
 
불필요했던 스펙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은 인재를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게 이색면접이다. 기업들은 각자 원하는 인재상을 얻기 위해 그에 최적화된 특이한 면접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NHN 엔터테인먼트는 실제 업무능력과 협업, 인성, 적응력, 친화력 등을 확인하는 ‘일일근무 체험면접’ 방식을 선택했다. 기업과 지원자 간 소통이 이뤄지는 쌍방향 면접방식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6년부터 주도에 대한 이해와 인성, 태도를 점검하기 위해 음주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술을 마시면서 드러나는 지원자의 주도를 비롯한 인성과 음주 태도를 확인하면서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능력 등을 평가하자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블랙야크는 지난해부터 ‘산행면접’을 실시했다. 일반적인 면접 형태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체력과 리더십, 도전정신과 협동심을 파악하고자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다.
 
크라운제과는 획일화된 공개전형에서 벗어난 ‘독서토론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책 내용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지, 심층적인 사고를 발휘하는 지를 점검한다. 크라운제과는 심층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채용해 지식경영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는 방침이다.
 
◇“알아야 답한다”…더 깐깐해진 면접
 
‘스펙’이 없어짐에 따라 면접의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더 능력있는 인재를 뽑기 위한 기업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최근 자사 회원 858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공채 중간점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면접전형에 가본 응답자 중에서 떨어진 경험을 가진 취업준비생들이 66%나 됐다.
 
실제로 삼성·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 상반기 공채에서 채용의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면접에서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쏟아냈다.
 
취업포탈 잡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에 지원한 구직자들은 면접 현장에서 “LF쏘나타를 독일에서 성공시키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말해보라”, “현대차의 디자인 특징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에 대해 개선점을 들며 구체적으로 묘사해라”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메이커가 많은 독일 자동차 시장의 특징이나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 답변자체가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난이도가 높은 질문으로 지원자의 진정성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스펙은 보지 않게 되더라도 취업준비생은 일찍부터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활동을 해야만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잡코리아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가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준비할 게 더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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