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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멈춘 당국의 서민금융대책
메르스 여파에 당정협의 4일→16일로 연기
대부업법·서민금융지원법, 국회 계류중
2015-06-04 14:54:31 2015-06-04 15:28:57
서민금융에 힘을 쏟겠다던 금융당국의 시계가 멈춰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서민금융대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지 두달이 지났지만 국회에 발이 묶여 서민금융대책의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메르스 여파 등으로 자의와 상관 없이 외적인 상황으로 업무가 중단되면서 금융당국은 속이 타는 눈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는 당초 4일 새누리당과 서민금융 지원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해결에 우선 집중하고 기타 현안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당정협의를 16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공급 확대 및 금리인하, 새로운 서민금융상품 개발 등 전반적인 서민금융체제 개편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 판매했던 안심전환대출이 저소득층의 채무재조정에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부랴부랴 서민금융대책을 준비한 것이다.
 
세부방안 발표를 앞두고 당정협의가 미뤄진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메르스 외에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에 대한 당·청 갈등이 영향을 끼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업법과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도 모두 국회에서 발이 묶여있다.
 
대부 광고시간을 제한하고, 대형 대부업체 관리 권한을 금융당국에 넘기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원회는 통과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에는 금리인하 이슈도 겹쳐졌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전순옥 의원은 이미 지난해 초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부업체들은 법 개정 불확실성에 내년도 사업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마진이 1~2% 수준인데 최고금리가 25%로 인하되면 하위 대부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서민금융 총괄기구인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서민금융생활지원법(현 휴면예금관리재단법)도 정무위 통과도 못한 채 국회에 계류중이다. 금융위는 6월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계획대로 연내에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6월 임시국회 통과도 낙관하기는 힘들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국회의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 유관기관들의 업무도 사실상 멈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진흥원 설립에 앞서 미소금융 등 관련 기관들이 서민금융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해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6월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준비과정을 거치다보면 연내 설립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하면 업무의 3분의1 가량을 떼어내야 하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반발도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의견 조율도 과제로 꼽힌다.
 
정치권과 발맞추는게 힘들어지면서 금융당국은 업계에 은근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지주회사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이 저신용자들에게 10%대의 중금리 상품 공급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서민금융 공급을 요청했다.
 
 
원수경·김민성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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