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경제적 처지에 따라 벌금 부과 액수를 달리하자는 누진벌금제가 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누진벌금제는 몇몇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됐는데 이는 같은 범죄라도 소득이 많은 사람이 사회적, 경제적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허재호 전 대주그룹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 논란이 촉발되면서 '누진벌금제'와 더불어 '일수벌금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전재산이 100만원인 사람이 10만원 내라는 것과 전재산이 수십억원인 사람이 10만원을 내는 것은 다르다”며 “벌과금이나 재산형을 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몇몇 나라에서 소득연계 벌금이 입법화 됐는데 소득에 따라 과태료를 일정 유형별로 정해 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속도위반, 주차위반을 예로 들면 부자들은 많이 내고 생계형 운전자들은 적게 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력을 측정할 수 없어 벌금을 차등 부과하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소득과 재산이 투명한 사람만 일수벌금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일수벌금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일수벌금제 도입은 재산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는 것인데 지금도 소득세, 재산세 등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재산파악이 안돼 국세청에 권한을 어디까지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당장 도입이 어렵다면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
이는 최소한 벌금 미납자가 돈이 없어 강제노역 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장발장은행 등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발장은행 오창익 사무국장은 “죄질이 나빠서나 또는 위험해서 교도소에 가는 게 아니라 오로지 돈에 없어서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5년간 벌금 미납을 이유로 일당 5만원의 '노역장 유치 처분'이 집행된 건수는 매년 4만여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황제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대주건설 전 회장. 이후 우리사회에서는 '일수벌금제', '누진벌금제' 등 경제적 형평성을 고려한 벌금형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에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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