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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우리 학교에서도 '빌 게이츠' 키울 수 있다
학교협동조합, 혁신 창업 산실로 급부상
학생·교사·학부모 참여, 지역사업과도 연계
2015-05-26 06:00:00 2015-05-26 06:00:00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14일 경기 평택고등학교 아침노을협동조합 개소식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학교 졸업장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8%보다 우위에 선 셈이다. 그리고 8%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을 중퇴한 '패배자'들이다."
 
미국 유명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2011년 다트머스 대학에서 한 졸업 축사의 일부분이다.대학 졸업장이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뼈 있는 농담이다.이 농담을 미국 얘기로만 들을 수 없다. 한국도 대학 졸업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대졸 실업자는 51만8000명이다. 전체 실업자 105만3000명의 절반 수준이다.더욱이 대졸 실업자 숫자는 증가 추세다. 지난 4월 대졸 실업자률은 4.4%다. 2010년 2월 4.6% 이후 5년 2개월만에 최고치다.
 
부모라면 자녀들이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을 하는 '패배자'가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학생이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을 어떻게 할 지 배울기회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창업 교육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학교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복정고 매점은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복정고는 2010년 지어졌을 때 매점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뒷문 앞 공장 앞에 설치된 자판기를 자주 이용했다.
 
이점을 악용해 공장 측에서 자판기 가격을 올렸다. 자판기 음식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복정고는 매점 운영을 결정했다. 운영 방식은 협동조합이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학교협동조합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방식이 생소해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이 중요한 역할들을 하기 시작했다. 박주희 협동조합 연구원은 저서 '만들자, 학교협동조합'에서 복정고 학생들을 "믿음만큼 커가는 학생들"이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다른 고등학교 매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조사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판매되는 물품, 영업시간, 판매자 숫자 등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개인사업자들이 학생들에게 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 학생들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조사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질문이 완성되자 마자 5분만에 주변 3개 학교 매점 조사 결과를 모을 수 있었다.
 
박 연구원은 "학생들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다. 귀로 들은 지식보다 체험하며 얻은 지식이 훨씬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경기 평택고도 최근 협동조합을 통한 학교매점을 열었다. 평택고 '아침노을협동조합'은 동문, 학부모, 교직원 학생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학교매점을 운영하면서 이익금을 학생 복지사업, 장학금 지급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협동조합에서 학생들은 사회 조직 운영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조합원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조합 운영에 참여하면서 재무구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학교협동조합의 활동은 학부모와 교사,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산의 금성초등학교는 도심에 있지만 인근에 금정산성이 있어 주변에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많다. 금성교육문화협동조합은 주민들이 기른 농산물을 팔 수 있는 판로를 만들어 마을 전체 이익에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학교협동조합은 '혁신'을 실제로 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급성장한 회사들은 우리 주변의 작은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것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생을 위한 SNS서비스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에어비앤비는 창업자가 생활비를 벌기위해 집 빈 공간을 빌려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기존 SNS서비스 대세였던 마이스페이스를 따라잡고 세계 최대 SNS서비스사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유명 호텔 체인점을 위협하는 업체가 됐다.
 
학교협동조합 시작도 이들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장시간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동의 문제를 발견하기 더 쉽다.
 
문제를 찾으면 학생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창업자가 가져야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다. '두런두런 프로젝트', '어썸쓰쿨', 'OEC' 등이다. 박 연구원은 앞의 저서에서 "문제해결 능력은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결코 익힐 수 없다. 스스로 직접 연습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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