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르바이트
대학가
2015-05-19 15:09:42 2015-05-19 15:09:42
강의실을 들어서자 두 눈 가득 ‘나 피곤해요.’라는 말을 담은 친구가 보인다. 평일 내내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다. 그녀는 학교에서 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마친다. “아, 요즘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 둬서 더 힘들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친구가 털썩 책상에 엎드리며 말한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론데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더 일해야 해. 진짜 피곤하다. 나도 그만 둘까?”
 
아르바이트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해왔지만 그만 둔다는 말은 하지 않던 친구였다. 근로 환경이 안 좋은 걸까? 그저 워낙 바쁜 곳이라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 두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친구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궁금했다. 인터뷰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장시간 대화 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그녀는 인터뷰 할 시간이 없음을 내게 전해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강의 중간 주어지는 쉬는 시간 틈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샐러드 바가 있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어. 하는 일의 종류는 세 가지인데 주문 받는 일, 샐러드 바 음식 채우는 일, 주문받은 음식을 준비해서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일이야. 매일 하는 일이 다르긴 한데 평상시에 거의 손님맞이하고 주문 받는 일을 하고 있지.
 
자료/바람아시아
 
-왜 이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거야? 과외도 있고 카페 아르바이트 등등 여러 아르바이트가 있잖아. 식당 아르바이트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육체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난 체력은 자신 있었거든. 무슨 일을 시켜도 금방 적응해서 어떤 일도 괜찮았어. 몸 쓰는 일이 하고 싶기도 했고.
 
-나는 몸 쓰는 일은 얼마 못할 것 같은데 대단하다. 내 친구는 잠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파스 붙이느라 약값이 더 나왔다고 투덜대더라. 너는 아르바이트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어?
 
3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이제 3개월 차야.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없어. 정말 완전 초보였지.
 
-처음 하는 일은 대부분 힘든 것 같아. 난 처음에 인턴하면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거든. 같이 일하는 분들 눈치 보기도 하고 업무처리를 맞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별로 하는 일이 없어도 스트레스가 생기더라. 너는 힘든 점 없어?
 
일하면서 몸이 힘든 건 잘 모르겠어. 어느 정도 힘든 건 예상하고 들어왔거든. 근데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더라. 종종 진상 손님이 있어서 관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도 식사를 하셔야 하잖아. 그분들이 급하게 식사하고 있는데 샐러드 바에 음식이 떨어지면 잠시를 못 참고 얼른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는 손님이 있기도 해. 보기 민망하고 기분이 나빠.
 
한 가지 더 힘든 점은 내적갈등이야. 학생인 내가 학업보다 일에 치중해서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그만 둬야겠다가도 부모님이 학비를 다 내주시는데 용돈 정도는 내가 벌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만 두지도 못해.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어.
 
-그렇구나.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 궁금해. 용돈 외에 또 다른 이유는 없어?
 
처음 일을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의 권유였어. 난 그 의미가 남는 시간 잘 활용해서 스스로 돈을 벌고 용돈으로 쓰라는 의미인 줄 알았어. 일을 시작하고 나니 부모님이 말씀하시더라. 경험삼아 사회생활에 필요한 눈치를 배우라는 의미에서 일을 권유했다고. 생각해보니 기왕 일을 시작했으니 용돈 벌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도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계속 하고 있어.
 
-막상 네가 아르바이트 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해. 우리 부모님은 ‘벌써 쟤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어. 너희 부모님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셨어. 내가 잘 버티는 모습을 대견해하시는 것 같았어. 근데 내가 알바를 너무 늦게 시작해서인지 이제 그만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어.
 
-아……. 공무원 시험. 맞아, 전공이 행정학인 만큼 한 번쯤 공무원 시험 생각하지. 내년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 얼른 놀 수 있을 때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런 생각으로 항상 알바가기 전에 고민하지. 조금 있으면 3, 4학년이 되고 지금보다 놀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때가 오면 ‘내가 학교와 아르바이트만으로 보낸 지금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해. 하지만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어서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아. 난 시간을 맘껏 줘도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사람이니 뭐라도 하고 있는 게 좀 더 맞는 거 같기도 해.
 
-제대로 놀지 못해서 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좀 슬픈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젊었을 때 더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하시거든. 집에 있지 말고 놀러 다니라고. 근데 항상 학교와 아르바이트로 평일을 보내면 주말에 쉬고 싶을 것 같긴 해. 반복되는 일상에 후회 같은 감정이 생길 것 같고. 그렇지 않아?
 
난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어. 이게 나한테 큰 행복이었는데 전에 비해 많이 사라져서 슬프긴 해. 그래도 매일 아르바이트 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 특히 시간활용법. 아르바이트를 오래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동안 중요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 같아. 자율적인 시간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 가치가 더 소중해져서 친구들과 만나는 행복감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아.
 
-시간활용을 이야기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작년과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드네. 계속 힘든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분위기를 좀 바꿔서 월급이야기를 해볼까?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 중 하나가 월급 받을 때잖아. 첫 월급으로는 뭐했어?
 
첫 월급은 내 예상과 다르게 정말 사고 싶었던 물건과 먹고 싶은 음식에 썼어. 저축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후회는 안 했지만 ‘앞으로 벌 돈은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어. 그래서 요즘은 저축부터 해.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용돈하고 내게 밥 사주던 친구들한테 크게 쏘지. 부모님이랑 할머니, 할아버지 선물도 가끔 사다드리고. 앞으로는 좀 더 계획성 있고 알차게 사용해야지.
 
-할머니, 할아버지 선물을 사드리는 모습을 보니 지금도 알차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이쯤에서 시급이 얼마인지 궁금해. 만족하는 편이야?
 
시급은 6000원이야. 최저 시급만 생각하면 나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일에 대한 보상으로 따지면 조금 적은 편이라고 생각해. 정말 바쁘거든. 더군다나 나는 마감시간까지 근무해. 정해진 근로 시간을 넘어 일 할 때가 많아. 조금 더 시급을 올려주면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일하는 거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초과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일할 때는 답답할 것 같아. 나는 30분 정도 근로시간을 넘어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초과수당을 받아서 살짝 놀랐던 경험이 있어. 당연한 권리지만 잘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 갑자기 드는 의문인데 근로계약서는 썼지?
 
아니…. 안 썼어. 사실 근로계약서라는 단어만 들어봤지. 실제로 보지도 못했고 어떤 양식인지도 잘 몰라.
 
-아……. 나는 당연히 썼을 줄 알았어. 작은 사업장에서 안 쓰는 경우를 종종 보기는 했었지만 그 정도 규모의 가게에서 안 쓰는 건 처음 봤어. 엄연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건 불법이잖아. 일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도 하고. 그런 걸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써야해. 양식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와. 지금이라도 근로계약서 쓰고 일했으면 좋겠다.
 
그래? 그럼 한번 찾아보고 여쭤 봐야겠다. 나는 주변에 안 쓰는 애들이 많으니까 안 써도 되는 줄 알았지. 그리고 그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거든. 당연한 건데 눈치 보지 않아도 되겠네. 당당하게 여쭤봐야지!
 
-인터뷰가 꽤 길어졌다. 하나만 더 묻고 마칠게. 아르바이트 하면서 느낀 점이 궁금해.
 
일을 하면서 가장 느낀 건,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거야. 내가 서비스 직종이다 보니 손님들을 왕으로 생각하고 일해야 해. 정말 다양한 사람이 참 많은 거 같아…….무슨 의미인지 알겠지??(어색한 웃음) 가끔 진상 손님 때문에 힘들지만 손님 때문에 즐거운 적도 많아. 내가 조금만 더 친절하게 하면 내게 잘해주는 손님도 많으니까. 또 일을 같이 하는 친구들, 사장님과 친해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어. 일이 힘들어서 관두는 사람이 많음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같이 일하는 환경이나 분위기가 좋아서 계속하는 것 같아. 나도 그것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거든. 힘들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즐거우니까 더 힘이 나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인터뷰해줘서 고마워. 맛있는 거 사줄게. 시간 좀 내줘.” 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방학이 되어야 얻어먹을 수 있겠다며 씨익 웃었다. 그녀의 아르바이트 생활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생의 모습이 아닐까. 학업과 돈 사이의 고민,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젊은 시절을 잘 보내고 있는지의 고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는 어려움과 교훈 등 한 번쯤 아르바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 가지만은 대학생들이 공감하지 못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여느 대학생처럼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이 점만은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부분이길.
 
 
 
박지은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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