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총리 잔혹사의 종지부를 찍자
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2015-05-19 10:00:00 2015-05-19 10:00:00
◇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이완구 전 총리 사의 표명 후 거의 한 달이 다 돼가지만 후임 총리에 관해서는 하마평만 무성할 뿐 아직 오리무중이다. 반복된 총리 잔혹사에 청와대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김용준·정홍원·안대희·문창극·이완구 등 박근혜 정부에서 지명된 5명의 총리 후보 중 3명이 낙마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사의가 반려돼 헌정사상 처음으로 유임됐고, 이완구 전 총리는 충청권의 지지에 힘입어 어렵게 취임했지만 본인이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그 칼날에 쓰러지는 최단명 총리가 됐다.
 
방송에서 보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비극이 박근혜 정부에서 연출됐다. 총리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고, 이왕 늦어진 인선이라면 제대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으면 하는 게 국민적 바람이다. 그래야 국정 운영에도 동력이 붙는다.
 
후임 총리 인선은 어떤 기준 하에 어떤 인물을 후보로 지명하느냐는 점에서 대통령의 용인술에 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먼저, 인선 기준과 관련해 관리형과 추진형, 안정형과 개혁형, 국민통합형과 일방주도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인선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 삼아야 한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과반을 넘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긍정평가에 중심을 두고 후보를 지명했다면, 이번에는 부정평가를 감안 내지 주요한 인선자료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알려진 바와 같이 소통이 미흡하고, 잘못된 인사, 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이 주를 이룬다. 인선 기준보다는 인선 절차에 국민들이 좋지 않은 평가를 하고 있음을 청와대는 인지해야 한다.
 
인선 절차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조언정치와 언론 활용이다. 정치원로와 여야를 포함한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들과 폭 넓은 소통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방향에 맞는 총리 후보자를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확대되고 굳건해진다.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깜깜이 인사나 깜짝 인사는 총리 잔혹사를 연장시키고 부정평가를 높이는 효과 이외에는 얻을 게 없다.
 
다양한 소통을 통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후보군이 정리가 됐다면, 1차 검증 방법으로 언론을 활용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후보군이 명확히 공개되면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검증으로 확대돼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총리 후보로 1인이 지명된 경우 국민들은 거부권에 중심을 두지만, 여러 명의 후보군이 공개될 경우 거부권보다는 거론된 후보 중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언론은 마녀사냥식 흠집 내기, 신상털기를 지양하고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정철학과 정책 검증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처럼 후임 총리 인선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과정이다. 청와대가 이 점을 외면하면 인사 잔혹사는 또 다시 한 페이지를 쓰게 된다. 늦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총리를 보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염원이고, 또 그 선택에 국민도 참여한다면 국정 운영에 힘이 붙는다. 이것이 정치고,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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