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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채권운용 '위기관리모드'…"피로도 극에 달해"
보유채권 손실 우려에 '대마불사'는 옛말
2015-05-10 12:00:00 2015-05-10 12:00:00
효자 역할을 해오던 증권사 보유채권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중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유채권의 평가손실이 늘어날 것이란 부담감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투자업계 채권운용역들은 속속 안전을 위해 '위기관리모드'로 전환 중이다.
 
8일 채권시장은 강세 마감했다. 채권시장 악재로 꼽히던 첫 안심전환대출 주택저당증권(MBS) 입찰 호조에 따른 것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의 최종 호가는 전날보다 0.078%p 내린 1.888%에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연중 최저치(1.691%)와 비교하면 20bp 상승한 것으로 장기물의 변동폭은 더 컸다.
 
국채 10년, 20년, 30년물이 각각 2.415%, 2.626%, 2.723%를 기록하며 한달 내 저점인 2.068%, 10일 2.259%, 2.346%와 35bp 가량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채권금리의 단기 급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맞물려 채권시장이 추세적인 약세 전환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증가가 트리거가 된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수급불안보다 경기회복 기대를 반영한 영향이 더 크다"며 "채권수익률은 이미 상승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과도했던 금리급등세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채권약세 전환에 증권사들은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특히 10조원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대형사일수록 위기감도 큰 상태다. 증권사들은 당분간 금리 방향성에 대한 베팅은 자제하고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 시장 대응에 소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채권운용북(BooK)에 대한 시장 노출은 줄일 수 있을 만큼 최대로 줄였다"며 "중장기물 변동폭 부담이 더 큰 만큼 단기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듀레이션 노출을 줄이는 등 시장가격 손실폭을 줄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이내 단기물의 경우 헤지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지만 만기 상환에 기대면 실제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운용역들의 피로도도 극에 달한 실정이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채권운용역은 "50% 승률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매일같이 이렇게 변동성이 크다보면 승률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보유액의 대부분이 고객자금인 만큼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란 얘기다.
 
한편 오히려 변동폭을 매수 기회로 보고 포지션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대형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과하게 내려온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봐야한다. 시장이 쏠리며 근거 없이 과하게 내려간 게 사실"이라며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피해가면서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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