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인데도 남북관계는 아직도 '춥다'
5·24 조치·대북전단·통준위 문제, 남북관계 3대 '걸림돌'
2015-05-10 21:34:02 2015-05-10 21:34:02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4월이 지나간 시점에서 (남북관계에) 조금 더 많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되어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달 24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자 이런 저런 근거를 긁어모아 ‘남북관계 훈풍’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러나 계절은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남북관계는 초봄도 오지 않은 듯하다. 무엇이 통일부 장관의 기대와 언론의 전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나.
 
첫째, 5·24 조치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후 북한을 응징한다는 목적으로 내려진 이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류를 중단시켰고, 대북 신규 투자도 금지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은 천안함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의 요구대로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 이후 5·24 해제를 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5·24 조치 적용의 예외를 인정한 사안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6일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태도 역시 변함이 없다. 지난 5일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홍 장관이 최근 납북자 가족을 만나 ‘북한이 천륜을 어겼다’고 말한 데 대해 “북남 사이의 일체 접촉과 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24 때문에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의 접촉도 어렵다는 것인데, 북한이 앞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일에도 5·24 해제를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남북관계의 두 번째 장벽은 대북전단이다. 북한 우리민족끼리는 5일 전단 살포 등을 언급하며 “망동이 계속되는 한 그 어떤 북남관계란 있을 수 없으며 언제 가도 대화 마당은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엄포는 차치하더라도, 전단 문제가 남북관계의 ‘근본 문제’가 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오래된 일이다. 작년 10월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인천을 방문했을 때 ‘2차 고위급 접촉’이 합의됐지만, 전단 갈등이 불거지며 결국 무산된 바 있다. 그처럼 분명한 갈등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살포를 방관하는 것은 남측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 번째 장벽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존재이다. 북한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준위를 언급할 때부터 강력히 반발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정부 내 흡수통일팀이 있다’는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북한은 ‘통준위를 당장 해체하지 않으면 남측과 상종하지 않겠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반발이 강력하다고 해서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준위 활동을 부각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일종의 ‘2선 후퇴’가 있지 않고서는 통준위의 존재는 남북관계의 높은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를 원한다’는 크고 작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지원을 허용했다. 이어 지난 1일 통일부는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을 폭넓게 허용하는 이른바 ‘교류확대 선언’을 내놨다. 남북 당국 차원에서도 문화, 역사, 스포츠 등 분야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며칠 후에는 ‘6·15 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가 신청한 남북 사전접촉도 허가했다.
 
그러나 5·24 조치 해제, 대북 전단 살포 금지, 통일준비위의 2선 후퇴라는 남북관계 개선의 3대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설령 남북관계가 좋아진다 해도 잠시일 뿐 연속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17일 “멍석을 나름대로 깐다고 깔았는데, 이 정도 깔았으면 나올 만한데 왜 안 나오지’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3대 조건을 무시하고 깐 ‘멍석’에 북한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탈북자 단체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살포한 대북 전단 중 일부가 주차장 주변에 떨어져 있다. 전단 문제는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 중 하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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