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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외교 새판짜기 돌입…한국은 뭐하나
'미국·일본 vs 중국' 대치구도 속 손놓고 있는 한국 외교
2015-05-10 21:33:45 2015-05-10 21:33:45
미국과 일본이 밀착하고 ‘미·일 vs 중국’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한국 외교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진단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는 남북관계 개선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한 보수언론조차 “남북관계를 외교의 무기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북관계는 왜 한국 외교의 돌파구가 된다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결론은 역시 남북관계’라고 말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이 손을 잡는 것 자체의 가치를 강조했다.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의 세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남북이 힘을 합쳐야만 한반도가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중국 중심의 대륙세력과 미·일 해양세력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미·일은 중국 견제를 위해 늘 북한 핑계를 대왔고, 만약 최근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려고 할 경우에도 북한 핑계를 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남북이 다시 충돌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이 가져올 ‘선순환 사이클’을 제시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한미동맹의 필요성 약화→한국의 대미 의존 약화와 한중관계 개선→중국의 대북 압박 필요성 감소→북한의 대남 적대감 순화→남북관계 개선’ 식으로 연쇄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남북관계 악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에 대해 문 교수는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북한의 위협 그 자체가 아니라 위협에 대한 과대평가에 있다”며 그 과대평가에 따른 한미 연합 억지력의 강화가 악순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약간의 도발적인 행동을 하면 우리는 2~3배 민감하게 대응하고, 그에 따라 북한의 대응도 강해지고, 한·미·일의 대응은 더 강해진다”며 “그 결과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중국이 항의하고, 그 과정에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같은 것들이 가세해 한중관계가 나빠지고,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북관계는 미국, 일본, 중국에 대해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지렛대”라며 “한국이 북한을 관리하기도 하고 북미 협상에 개입하기도 하려면 그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도 외교적 고립에서 빠져나오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써 왔다며,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를 교환하기로 한 지난해 5월 ‘스톡홀름 합의’가 최근의 사례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컨트롤하기 힘든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자체로 외교적 영향력·발언권·존재감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은 동북아 긴장을 완화하고 한국의 ‘외교적 몸값’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임에 틀림없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 전문가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대한민국의 국가비전은 무엇인지, 미·중 균형외교는 왜 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우선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기본적인 국가 전략이나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남미를 순방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한국 외교의 전략 부재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페루 리마 인류고고학 역사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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