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묵묵히 내 할 말을 들어줄 사람. 나의 고통에 깊이 공감해주고 자신의 경험을 얹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사람. 입이 무거워 어디에서도 내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고민이 주는 고통은 꽤나 줄어들 것이다.
흔히들 청소년기는 고민이 많을 시기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생각해야할 것도 많고 이루어야 할 것도 많다. 그들이 고민하는 만큼, 자연스레 부모들도 근심이 늘어간다. 자녀들은 좀체 부모와 고민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업 스트레스, 진로 문제, 이성 친구, 교우관계 등 고민의 내용부터 부모에게 털어놓을만한 것이 아니다보니,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잔뜩 끌어안고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나, 그런 모습이 빤히 보이는 부모들이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매한가지다.
교육부는 지난해 ‘스마트안심드림’ 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가진 부모와 자녀가 각각 앱을 내려 받고 각각 학부모 모드, 자녀 모드로 로그인하면 실행된다. 자녀 스마트폰에 유해 키워드가 담긴 문자•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될 때마다 부모에게 알림 메시지를 발송해준다. 또 ‘자녀 고민 검색어’기능은 자녀의 스마트폰으로 학업, 진로, 이성, 교우관계 등 ‘고민 키워드’를 검색하면 즉시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앱이 “부모가 자녀의 고민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바람아시아
3억 7800만원을 들여 개발한 이 앱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작년 10월 출시한 이래로 지금까지 다운로드 수는 2000여건에 불과하다. 앱 스토어에서 이를 검색하면 삭제하는 방법 문의가 줄을 잇는다. 자녀는 한번 설치하면 부모의 동의 없이 삭제가 불가능하다. 어떤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이건 간에 특정 키워드가 포함되어있기만 해도 알림 메시지가 전송되다보니 편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청소년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할 여지가 생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마트폰의 SNS 사용 내용을 조회하고 특정 키워드에 대해 경보를 발송한다는 것은 명백한 감시와 통제이다. 대화를 통해, 공감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감시해서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아내겠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어떤 맥락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검색을 했는지는 모른 채, 단지 특정 키워드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사태를 바라보려는 노력은 없는, 철저히 어른의 시각에서 나온 대책이라 하겠다.
감시하는 눈이 아니라 들어주는 귀가 절실한 시기이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 닭은 알 속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스스로를 가둔 알을 깨기 위해 두드리는 미세한 소리, 이 소리를 놓치지 않고 어미 닭은 함께 알을 쪼아준다. 줄탁동시(?啄同時)의 지혜가 아쉽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