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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한 상향은 미래부 작품? 방통위 '내부 이견'
2015-04-08 13:52:30 2015-04-08 13:52:40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8일 전체회의에서 단말기 공시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조정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지원금 상한액 조정은 없다던 기존 태도에서 약 2주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방통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12%)을 대폭 높이기 위해 방통위에 지원금 상한 조정을 압박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래부 선제 결정에 따라가?.."방통위 독립성 훼손, 법조문 역주행"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재홍,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번 지원금 상한액 상향조정이 '미래부발'로 이뤄져 절차적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미래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대폭 높이기 위해 방통위로 하여금 그 전제가 되는 '지원금 상한'을 높이도록 압박했다는 것.
 
김재홍 상임위원은 "방통위는 이미 지원금 상한액을 올리지 않기로 하고 안건 상정도 하지 않아왔다"며 "그런데 미래부가 요금할인율을 인상하려고 하니 단통법상 지원금에 '상응하도록' 해야 해 지원금 상한을 조정한다는 것은 법조문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지원금 상한액이 기존의 30만원대로라면 미래부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16%까지 올릴 수 있지만 20%까지 높이기 위해선 지원금 상한액 자체가 상향돼야 한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미래부가 선제적으로 요금할인율을 20%까지 상향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방통위에 지원금 상한 상향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썩 보기좋지 않다"며 "단통법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으로 규정하고 있지 어디에도 '요금할인에 상응하는 수준의 지원금'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쳬계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위원회의 권한 침해 우려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미래부 간 업무처리 방식과 독립성 정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양 기관이 단통법을 공동관리하는 만큼 서로 협의해 방향을 같이할 수 있다"며 "미래부가 결정하고 방통위가 따라간다는 식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허원제 부위원장도 "방통위는 이통사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단말장치 판매현황, 점유율 변화, 이용자 편익 영향 등을 고려해 지원금 상한을 결정하고, 미래부는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으로 나눠 요금할인율을 산정한다"며 "우리는 포괄적인 시장상황을, 미래부는 산술적인 판단 기준을 갖고 있을 뿐 앞서거니 뒷서거니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홍 위원은 "미래부와 방통위의 이번 협업은 무리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라며 "기존 30만원 상한액에도 이통사 지원금이 못미치고 있는데 추가 상향하는 것은 국민에게 선심을 쓰듯 보이려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상한액 상향에 이견.."출고가를 낮춰야" vs. "간접효과 기대"
 
이밖에도 이번 지원금 상한액 상향조정을 둘러싸고 여·야 추천위원간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결국 "논의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기권의사를 밝혔다.
 
지원금 상한에 반대하는 측은 시장 유인이 크지 않고, 출고가 인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찬성 측은 상한액 조정에 따른 간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5만~35만원 범위에서의 조정이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고삼석 위원은 "6개월 전과 이통사 ARPU를 비교했을 때 지원금 상한을 올릴만한 유인이 크지 않고, 신규 주력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은 여전히 30만원에 못미치거나 오히려 하향추세"라며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화됐는데 6개월이 지나 상한액을 조정하면 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법 실효성 논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또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지원금 조절도 필요하지만 출고가 인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지금은 법적 근거와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아 제조사 단말기 가격엔 손도 못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출고가 인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면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구매 당시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므로 출고가 인하가 안돼도 제조사 장려금 등을 더 써서 공시지원금이 상향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통사가 당장 높아진 상한액만큼 지원금을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정도 영향은 예상된다는 것.
 
이기주 상임위원은 "지난 6개월간 시장을 보면 많이 안정적이거나 침체됐다고 판단되는데 이유는 결국 지원금 규모가 적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면 방통위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지원금 상한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재홍 상임위원은 갑자기 지원금 상한액이 33만원으로 오르고 미래부가 요금할인율을 20%로 높인다면 기존의 다수 가입자들이 차별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기존에도 30만원 상한에서 이통사들은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변경해왔는데, 이는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점이라 33만원으로 높이더라도 이용자 차별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래부가 요금할인율을 높일 경우 기존에 12% 할인혜택을 받던 가입자라면 20% 할인율로 바뀌어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는 결국 김재홍 위원의 기권, "다수 의견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고삼석 위원의 입장에 따라 다수 찬성으로 모아지며 지원금 상한액이 33만원으로 상향되도록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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