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년제, 모두에게 주어져야 할 시간
오늘 부는 바람은
2015-03-25 09:24:00 2015-03-25 10:13:46
“꿈이 뭐예요?”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할지 모른다. “명문대에 입학하는 거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교육과정이 경쟁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추구하는 바는 명문대 입학이다. 학과가 아닌 학교의 명성이 대학 진학을 결정짓는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어쩌면 서로 다른 꿈을 가질 수도 있었던 아이들. 어른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게 아닐까.
  
아일랜드의 리처드 버크 前 교육부 장관은 일찍이 고민했다. “점수 위주의 경쟁 체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학생들은 러닝머신 위에 있는 것처럼 항상 뛰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엉뚱한 아이디어 하나를 내놓았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선물하자!’ 그는 중등 3학년 과정을 마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도록 ‘전환학년’이라는 제도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전환학년 제도 아래에서 1년 동안 교과과목이 아닌 특별과목, 이를테면 목공 수업이나 연극 수업 등을 들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 아일랜드 아이들은 말 그대로 1년간 휴학을 한 채, 오롯이 자신의 꿈을 찾는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도(사진=EBS캡쳐)
 
지난 16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고등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고교 자유학년제 ‘오디세이 학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유학년제는 앞서 언급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처럼 직업 체험 위주의 ‘경험교육’을 추구한다. 비교과활동인 진로탐색은 시교육청과 협력한 민간 대안교육기관에서 이뤄진다.
 
대안기관에서는 그룹 프로젝트, 시민성 교육,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 직업 인턴십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우선적으로 학급당 20명씩 총 40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자율 교육과정으로 자유학년제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이 제도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유학년제는 대학 입시 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교육 대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중학교 1학년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중1과 고1이 수능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그 정도가 다르다.
 
이것이 고등학교에서 행해질 자유학년제를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를 고려하여 서울시 교육청은 앞으로 시행될 이 프로그램의 대상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좁혔다. 동일한 대학 입시제도 아래서 보내는 서로 다른 1년. 한 학기만 삐끗해도 대학 진학이 어려워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상,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1년간의 자유학년제를 ‘자유’가 아닌 ‘이탈’로 여길지 모른다.
  
자유학년제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것 또한 문제다. 궁극적으로 자유학년제가 추구하는 교육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등급으로 학생들을 줄 세울 수 없다. 등급제와 자유학년제는 근본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것. 바뀌어야 하는 건 등급제도 그 자체인데, 교육청은 이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현 대학입시제도를 지나치게 고려한 탓일까. 자유학년을 보내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기존의 교육과정을 따르되 그 비중을 줄이고, 여분의 시간 동안 비교과활동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식이라면, 자유학년제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일지도 모른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 너머의 수능. 대학 입시라는 벽이 공고한데, 과연 학생들이 자유학년제를 보내는 동안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유학년제는 기존의 교육제도에 순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판을 뒤엎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능 입시에 부담을 덜기 위해 한 두 학급에서만 지원자를 받고 특정 지역에서만 진행한다면, 오히려 기존의 제도에 혼선을 빚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고 등급제를 빌려온다면, 바뀌는 건 없다. 이마저도 경쟁의 연속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유학년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전제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1년이라는 자아 탐색의 시간을 허락할 것, 그 시간 동안 등급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모든 시험을 폐지할 것.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전제에 앞서 대전제로 대학 입시제에 관한 논의가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 아니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기존의 평가 방식과 수업 방식을 전면적으로 뒤엎고 새로운 교육 제도를 뿌리내린 바 있다.
  
자유학년제는 올바른 교육을 모색하려는 진심 어린 고민에서 비롯되었을 터. 우리 사회가 교육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학년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선뜻 반가워만 할 수 없는 까닭은 대학입시제도라는 높은 벽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준비된 것보다 마련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자유학년제는 근본적으로 경쟁보다 협력을, 획일화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좋은 씨앗이다. 자유학년제는 오는 5월 26일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제는 그 좋은 씨앗이 뿌리내리도록 그 앞을 막아선 대학입시제도라는 벽을 허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어떻게’ 그 벽을 부술 것인가, 이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이다.
 
 
이소연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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