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에 대해 쏟아지는 위헌논란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이미 일각에서 조성된 '김영란법 위헌' 분위기와 헌법소송 움직임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김 전 위원장은 서강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 후퇴와 이해충돌부분 제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포함된 등과 관련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과잉입법이나 비례원칙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와 시민단체, 교육계 등에서는 김영란법이 민간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일반 원칙에 반하는 등 각종 위헌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 취지 좋지만 형법과 충돌"
현재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형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그 중에서도 논란이 가장 큰 부분은 이른바 배우자의 '불고지죄' 조항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으면 배우자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범인은닉 등 기존 형사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형 형법 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는 1항에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도 2항에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상 대가와 관계 없이 공직자나 그의 배우자가 받은 돈의 액수에 따라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일률적으로 정한 것도 문제가 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100만원 이하를 받을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형법은 직무대가성이 있을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처벌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뇌물죄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100만원 이하라도 대가성을 묻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이런 경우 과태료만 물리도록 한 부분은 문제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장발장법'과 유사..위헌소지
특히 이 쟁점에 대해서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비슷한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장발장법'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등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형법과 같은 죄인데도 법정형만 상향조정한 특가법 4조 등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직무상 청탁을 받고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경우 김영란법은 과태료를 물지만 형법상으로는 뇌물죄가 적용돼 형의 불균형이 예상된다.
형평성을 이유로 국립학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 민간 영역까지 법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게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입법의 취지가 좋더라도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인데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언론인에 대한 표적수사나 사찰이 가능하고 자칫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우리 국민 69.8%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며 "적용범위는 장차 확대될 부분을 일찍 확대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영란 "일단 해보자"..헌법소원 줄소송 전망
김 전 위원장이 원안에서 후퇴한 법이지만 일단 시행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 청구는 줄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한변호사협회가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이어 사립학교 관계자 등도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현재 언론인, 사학 관계자, 사립학교 교원 등 직군별로 여러 건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을 거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헌 시변 대표는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이자 가장 신속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시행도 전에 개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보다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하는게 순리"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개정 움직임..헌법소원 처리도 난제
헌법소원이 제기됨에 따라 일단 헌법재판소는 적법 청구 여부를 먼저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헌정역사상 법률이 시행전 심사한 경우는 있지만 공포 전에 헌소가 제기된 것은 이번 김영란법이 첫 사례다.
지난 5일 대한변협으로부터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김영란법은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는 향후 30일 이내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은 통상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등을 거쳐 공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재의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국회 여야는 금일 김영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보완 필요성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김 전 위원장의 의견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며 앞으로 국회에서 필요하다면 보완하는 과정에서 잘 참고하겠다고 논평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김 전 위원장이 법의 적용대상이 민간분야로 확대된 데 대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국회의 뜻을 존중한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법의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사실상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법에 문제가 있다면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하고 검토하면 된다"며 "법을 제정하자마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졸속입법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김영란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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