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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거리', 부동산 거품에 비친 신기루 상권
상권 형성도 안됐는데 자본 몰리면서 땅값 급등
월세 인상 요구에 사회적 기업 등 세입자들 고통
2015-03-10 17:38:28 2015-03-10 17:52:1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성수동 '아틀리에 거리'에 부동산 거품이 끼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상권은 형성되지 않았는데 이름만 유명해지면서 땅값이 오르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성수동 서울숲 주변은 현대차 본사 건설, 성수 뉴타운 사업 등 대형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했다가, 사업들이 무산되고 2013년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오면서 땅값이 크게 떨어졌다.
 
월세가 싸지면서 사회적 기업, 디자인 회사, 카페 등이 이 곳을 찾아왔다. 개성적인 가게들이 늘면서 이 곳은 '아틀리에 거리'로 유명해졌다.
 
10일 성수동 부동산들을 취재했다. 주변 부동산들은 갈비골목과 서울숲 사이 주거단지를 '아틀리에 거리' 중심으로 소개했다.
 
지난달 유명 연예인 원빈이 빌딩을 구입했다는 뉴스가 나가면서 유명해진 곳도 이 곳이다. 원빈이 소유한 빌딩 주변에는 가수 인순이 등 다른 유명 연예인들의 건물들이 더 있었다.
 
유명인들이 성수동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 부동산 인기는 더 높아졌다. 성수동 공인중개사 A대표는 "원빈 빌딩 바로 옆 주택은 평당 2000만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원빈이 빌딩을 샀다고 보도된 후 그 곳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은 평당 2500만원~3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큰 길과 가까운 곳일수록 가격이 높다. A대표는 "작년 초와 비교하면 약 2배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위치의 매물은 다 나갔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성수동 아틀리에 거리가 유명해지면서 이 곳에 가게를 내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성수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매일 수십명의 사람들이 와서 가게터를 물어본다"며 "아틀리에 거리에서 카페 등을 할 수 있는 곳은 다 나갔다"고 설명했다.
 
주변 부동산은 아틀리에 거리가 가까운 시기 서울의 새로운 대형 상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대표는 "아틀리에 거리 외부라도 지금 가게를 얻는 것이 좋다. 상권이 커지면 권리금을 몇배는 높여 받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아틀리에 길을 직접 찾아갔다. 가로수길, 홍대역처럼 낮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아틀리에 거리'는 고요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주민들이거나 가게 직원들 뿐이었다. 새로운 가게를 내려고 공사를 하는 곳들이 있지만, 까페, 음식점 숫자도 적었다. 그나마 문을 연 곳 내부도 한산했다. 유명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성수동 '아틀리에 거리' 일부. 가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한 주택과 개조 중인 주택이 보인다. '아틀리에 거리'가 유명해지면서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은 극히 적다.(사진=뉴스토마토)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C씨에게 '아틀리에 거리'의 유명세를 묻자 "부동산과 언론이 만든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C씨는 "이 곳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시골이나 다름없다. 부동산 말만 믿고 가게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년이면 다 손해보고 망할 것"이라고 불평했다.
 
C씨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월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땅값이 오른다고 하니까 월세를 계속 올리려고 한다.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월세 인상은 '아틀리에 거리'를 만든 사회적 기업들에도 치명타가 되고 있다. 성수동에서 사무실을 낸 D사 대표는 "임대료 상승이 걱정"이라며 "언론에서 이 지역 소개 기사가 나오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다. 언론에서 취재를 나오면 거절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정 지역이 유명해지고 상권이 커지면서, 정작 그 곳을 유명하게 만든 가게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쫓겨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은 인테리어비용, 권리금을 날려 사회문제까지 되고 있다.
 
성수동 '아틀리에 거리'는 아직 상권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부동산 대박에 눈이 먼 자본때문에 세입자들의 고통만 커진 꼴이다.
 
이날 해가 지면서 성수동 갈비골목에는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반면 어둠이 내린 '아틀리에 거리'는 인적이 더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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