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나는 어릴 때부터 ‘한국 사람은 밥심이다.’란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삼시세끼 밥을 잘 챙겨 먹었다. 처음에는 군것질거리나 밖에서 먹는 면류 음식들을 더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때 수험생활을 하면서 정말 ‘밥의 힘’을 절실히 느끼고 열심히 쌀밥을 먹었다. 갖가지 종류의 밥과 반찬은 내게 골고루 영양분을 주고 장시간을 활동할 수 있게 했다.
그러던 내가, 객지에 있는 대학에 오니 밥을 잘 먹지 않게 됐다. 때마다 밥을 주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밖에서 먹는 밥들은 어딘가 시원찮았다. 학교 앞 적은 수의 백반집을 찾아 전전하던 나는 ‘밥 같은 밥’을 밖에서 먹을 순 없는 건가, 하고 허탈해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기의 소개로 구이마당이란 식당을 찾았다. 형형색색 정성스러운 반찬들과 윤기 나는 흑미 밥, 그리고 김치찌개. 그리고 그 맛. 이보다 완벽할 순 없었다.
이곳을 다녀온 뒤 나는 자신 있게 구이마당을 단국대의‘맛집’이라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구이마당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여유로운 토요일, 구이마당을 다시 찾았다.
◇구이마당 전경. 죽전 야외음악당 뒤쪽 상가의 외진 곳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바람아시아)
김치찌개와 쌈밥, 생선구이나 생선찜•탕을 전문으로 하는 구이마당에서 나는 평소 좋아하던 쌈밥을 주문했다. 식당 내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깔끔했다. 가격대는 6,000원에서 10,000원 안팎. 몇 가지 비싼 메뉴를 제외하고는 무난한 가격이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일부 메뉴가 천 원 정도 할인된 가격에 제공된다.
◇메뉴판 모습.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찜, 조림 외의 모든 메뉴에 된장찌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뚝배기 속에서 팔팔 끓는 맛있는 된장찌개가.(사진=바람아시아)
점심으로 먹기 좋은 간단한 메뉴들을 시간에 맞춰 오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드디어 쌈밥이 나왔다. 여섯 가지 반찬들과 배추, 상추 쌈. 쌈밥의 주메뉴인 제육볶음과 된장찌개.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여느 식당에선 먹을 수 없는 흑미밥. 나는 이 뜨끈한 흑미 밥에 굉장한 호기심을 가졌다. 보통의 밥집들은 하얗고 건조한 밥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찬들은 어찌나 신선하고 건강한 맛인지. 메뉴마다 다른 건가? 저번에 김치찌개를 시켰을 때와 다른 반찬이다.
◇맛있겠다. 반찬을 하나하나 다소곳이 놓아주시는 사장님을 찍었어야 하는데.(사진=바람아시아)
맛있다. 내가 그토록 찾던 맛이 있다. 배가 고픈 상태였더라면 당장에 밥을 한 공기 더 시켜 반찬을 모두 먹었을 것이다. 배추 한 쌈, 상추 한 쌈 싸가며 밥을 다 먹어갈 때 즈음, 사장님께서 또 내어주신 것이 있다.
숭늉. 숭늉이다. 여기서는 숭늉을 준다. 예부터 숭늉은 식사 후에 먹는 것으로 단당류 중 ‘덱스트린’이라는 성분이 많아 소화를 도우며 맵고 짠 음식을 중화시키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한 일본의 녹차나 중국의 우롱차처럼 입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깔끔한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자 이제 구이마당을 파헤칠 시간이다. 여기는 왜 이런 밥이 나오는가!
아직 저녁시간이 되기 전이라 사장님을 인터뷰할 틈이 나서 다행이었다. 식사 준비를 위해 바쁘게 대파를 썰고, 국을 끓이시는 사장님을 따라다니며 인터뷰했다.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하셨나요?
작년 6월달부터 했지.
아, 얼마 안 되셨네요? 음식이 맛있어서 오래된 가게인 줄 알았어요.
아니, 사람이 오래 되서 그렇지 뭐. (웃음)
그럼 이 가게는 어쩌다가 운영하게 되신 거예요?
은퇴 후에,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어서 소일거리라고 하게 됐어.
이곳 손님들의 주된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올 땐 매번 중년 분들이 오시더라구요.
대학생도 오고, 일반 직장인도 오고, 골고루 오는 편이야. 집에서 먹는 대로 하니까. 처음에는 외졌지만 깨끗하다고 해서 여기로 왔어. 너무 복잡한 곳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힘들어. 가게를 돈을 벌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데다, 이왕 하는 거 잘해야 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그런데도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와줘서 고맙지.
네, (웃음) 저도 여기를 지난 학기에 알았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그냥 평소에 하는 대로, 내가 먹는 대로 하는 거예요. 요리를 따로 배운 적도 없거든. 숭늉도 내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고요. (숭늉의 비밀이 이거였다니!)
네. 이곳의 반찬들이 정말 정성스러워요. 직접 다 만드시는 거예요?
응. 아침 8시에 나와서 몇 가지 안 되는 반찬 하느라 바쁘지.
메뉴마다 반찬이 다른 것 같아요.
메뉴마다 다른 게 아니라 매일 달라지는 거야.
아, 매일요? 매일 아침마다 다른 반찬을 만드시는 거예요?
응, 오늘 겉절이를 했으면 내일 또 다른 겉절이를 해야 하고, 파란 것이 있으면 빨간 것을 만들지요.
반찬이 항상 신선하고 맛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사장님은 색깔의 조화까지 생각한 반찬을 만드신다고.
음식 하실 때 어떤 생각으로 하세요? 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손님들이 잘 먹고, 입에 맞으면 되지요. 이 음식이 손님들의 마음에 들까, 안 들까 하는 생각으로 해요.
구이마당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거 몰라. 내가 하는 대로 만드는 게 특징이지. 집에서 먹던 대로 하는 거예요.
괜히 집 밥맛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아침마다 식사 준비를 하시던 엄마 생각이 났다.
여기서는 기본 밥이 흑미 밥이더라고요, 저는 학교 앞 다른 식당에서 흑미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흑미 밥? 흑미 밥은 흰 밥보다 훨씬 낫잖아. 우리가 집에서 잡곡밥을 해 먹는데, 밖에서도 먹으면 좋지. 콩은 안 먹는 사람이 많아서 흑미로 하는 거야.
지나치게 간단한 사장님의 한마디에 말을 잃었다. 그렇다. 흰 밥보다 흑미 밥이 훨씬 맛있다.
네. 재료 선정 하실 때도 본인께서 직접 하시는 거예요?
응, 그럼. 내가 고르지. 콩나물도 내가 사서 삶아 무치고. 기술이 없잖아. (웃음)
구이마당의 음식에서는 사장님의 연륜이 담겨 있었다. 그 자체가 기술 아닐까. 사장님은 인터뷰 내내 주방 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셨다. 그리고는‘내가 이래 바뻐.’를 연발하셨다. 사장님은 대부분 혼자 음식을 하시되 점심엔 아주머니, 저녁엔 할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신다. 68세의 적지 않은 나이의 사장님은 가녀린 몸집으로 머리를 단정히 묶고 조물조물 야무지게 음식을 하셨다.
손님이 늘어 더 바빠진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나갈 때 계산을 하면서 연신 음식 맛을 칭찬했다. ‘맛있어요! 또 올게요! 일주일에 두 번 올게요!’그랬더니 사장님이 웃으신다. 기분이 좋았다.
‘대학가 맛집’이 어떤 걸까 고민하다가, 대학생들의 고픈 배를 건강하게 채우는 밥을 찾았다. 밖에서 밥을 먹다 보니, 배부르고 맛있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나처럼 객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더욱더‘집 밥 같은 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이마당은 내가 엄마 밥이 그리울 때 찾는 곳이다. 이곳이 오래오래 있어서, 앞으로도 외로운 학생들에게 엄마 밥 같은 든든함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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