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히키코모리란?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나 단순히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 이런 ‘히키코모리’ 같은 ‘맛 집’이 있다. 이곳에는 맛 집이라면 번듯하게 있을법한 간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들을 부여잡으려고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는 그런. 심지어 그 위치는 또 어떠한가. 간판들이 가득 들어찬 골목 한가운데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대학 근처의 주택가 한가운데에 이곳은 식당이 아니라는 듯 ‘뻔뻔히’자리하고 있었다.
히키코모리처럼 틀어박혀서는,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숨어있고 싶은 듯한 '이상한' 맛 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거의 모든 것이 ‘일급비밀’인 곳이다. 맛 집에 있어서 비밀이란 ‘특제 소스의 비결’뿐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겐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다. 그래서일까? 비밀이 많은 이 가게를 직접 파헤쳐 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는 것이.
이곳을 직접 탐방하기 전에, 한 서울여대 학생으로부터 네코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이곳을 대학 친구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이어, “서울여대 남문에는 다른 대학가만큼 다양한 음식점들이 없는데, 가끔 특별한 음식이 먹고 싶거나,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가게 돼요. 특히 자리 때문에 친구랑 바짝 마주 앉아 먹어야 한다는 점이 색달라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맛있어서 가요. (웃음)”라는 의견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나 또한 이곳을 입소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금 이곳의 입소문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입소문이 자자하다 못해 어마어마한 거지’라 생각하면서 이곳을 샅샅이 파헤쳐 버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서울여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라 버스에서 내렸다. 지도 앱에 주소를 입력하고 그 길을 찾아가는데, 정말이지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이 골목이 맞는 것 같은데..’하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담벼락 위로 빼꼼 고개를 내놓은 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쳐버리고만 것이다.
◇바로 이 막다른 골목의 담벼락에서 말이다.(사진=바람아시아)
짖지도 않고 가만히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게, ‘얘는 뭔데 여기 와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역시나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기둥 너머를 확인해보자, 입소문으로 듣던 그 초인종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평범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사진=바람아시아)
◇흡사 평범한 가정집처럼 초인종과 조그맣게 오려 붙여진 종잇조각이 간판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사진=바람아시아)
단 한 번도 식당에 들어가려고 초인종을 누르고 “1명이요”라고 말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1명이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에는 어색함이 묻어 나왔을 게다.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동안에 ‘내 모습이 흡사 마약 밀매 현장에서 초조해하는 한 범죄자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짧은 상상에 잠겨있었다.
괜히 식당에 들어갈 때 주위를 꼼꼼히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들어가는 철저함이 필요할 것만 같다는 생각까지 이어졌을 즈음이었다. 마약 밀매와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의 가게 주인이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 식당에 도착했을 때 손님이 나 혼자였기 때문인지 친구네 집에 초대받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식당 안에 들어가기 전, 신고 온 신발을 벗어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사진=바람아시아)
친구들과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항상 장난스레 이야기했던 ‘결정 장애’라는 것은 없었다. 이 집의 메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 메뉴를 이틀씩, 총 3가지 메뉴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뉴를 고를 필요조차 없어서 그런지 주문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인지, 가게 주인은 문을 열어주자 짧은 손님맞이를 마치고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이곳의 손님들의 90퍼센트는 서울여대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은 다소 한산했다. 학기 중에는 바쁜 편이어서 평소 3가지 메뉴밖에 선보일 수밖에 없는데 방학 중에는 학기 중 대비 바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고 한다. 때문에 원래 그날의 메뉴였던 가츠동이 아니라 가라아게동을 먹어볼 수 있었다.
◇오늘의 메뉴 ‘가라아게동’(사진=바람아시아)
부엌과 식사를 하는 곳이 천을 경계로 나눠져 있어서 그런지, 가게 주인이 요리를 하는 와중에 그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대화라곤 메말라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는 손님과 직원은 단순히 ‘서비스’라는 이해관계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에 비하면 이곳은 상당히 ‘인간적’이다.
그는 이곳의 음식은 ‘마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장난스러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마약이라는 단어를 머리로 인식하다 보니, 일본풍 천 너머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이 흡사 마약을 불법 제조하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곧이어 나온 요리는 아주 먹음직스러웠고, 또, 실제로 맛있기도 했다. (약간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는 맛이기도 하다.)
◇가게 주인의 그림 솜씨가 돋보이는 가게 메뉴 그리고 얼핏 보이는 ‘마약’을 제조하는 그곳. 부엌.(사진=바람아시아)
◇마약 같은 마약이 아닌 가라아게동(사진=바람아시아)
식사를 하면서도 여전히 가게 주인과의 대화가 오갔다. 이 가게에 오면서도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은 가게를 주택가 한가운데 가정집처럼 열게 된 이유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쉽사리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곳은 숨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너무나 많다. 어쩌면 이것들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만약 그 비밀이 너무나도 쉽게 드러난다면, 그 또한 시시해져버리고 말 테다. 왠지 앞으로 충성스러운 단골손님이 돼야지라는 다짐까지 하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그 비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 이후 그와 초콜릿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이 마침 발렌타인 데이였기 때문에. 날이 날이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연애’였다. 식사를 마치고 돌이켜보니, 이곳에서 식사를 하다가 연애상담을 받게 된 것이 아니라, 연애상담을 받는 곳에서 맛있는 밥이 있었던 느낌이다.
이 식당에 방문해보지 않고 떠올렸던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흡사 마약 밀매하는 곳 같다는 생각마저도. 나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내 이야기를 읊고 있었다. 마치 매일 같이 이곳에 왔던 손님처럼 너무나도 편안하게.
이곳이‘맛 집’이라 불리는 이유는 물론 이곳 음식의 맛이 비결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 마약 같은 맛이.) 하지만 5평 남짓한 공간에 2개의 탁자, 7개의 의자, 그리고 작은 부엌. 그 속에서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손님과 종업원 사이의 교류라곤 없는 여느 식당들에 비해서 굉장히 인간적이라는 면에서 주변의 여대생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오기 않았을까.
또한, 맛 집은 맛 집이나, 잘 알려져 손님이 들끓는 그런 ‘맛 집’이 있는 반면, 나만 알고 있는 나만의 ‘맛 집’이라는 생각 때문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 흔한 간판도 없고, 주택가 사이에 떡 하니 위치하고 있다는 특징들이 분명 크나큰 한몫을 했으리라. 혹은, 이곳의 ‘신비주의’적인 요소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숨기는 것이 있다면 알아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곳은 그런 본능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알아내고 싶다,는 욕망까지 생기게 한다.
식사를 끝낸 후 그의 배웅을 받고 어둑해진 골목길 사이를 빠져나와 6차선 도로가 한편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 앉았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식당에 갔던 목적이 뭐였지?’ ‘아, 맞다. 그곳에 대한 비밀들을 캐내려고 갔었지.’ ‘생각해보니 알아낸 게 별로 없네’ ‘그런데, 진짜 왜 일까?’수많은 비밀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곧 있을 개강 이후에도 나는 분명 네코정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히키코모리 같은 그 식당에 하루를 멀다 하고 찾아가 비밀을 알아내고 말겠다는 집념 하에. 혹은 나도 모르게 서서히 중독되고 있는 ‘마약’같은 네코정의 맛 때문에.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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