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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상장사 압박하는 주주들
주주제안서 제출 증가추세..활동 형태도 다양해져
"대형 상장사에 대한 주주권리 행사 강화돼야"
2015-03-02 15:53:20 2015-03-02 15:53:20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주주들의 권리찾기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주제안권이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수주주가 주주총회의 의제·의안을 제안하는 것으로가장 대표적인 주주 활동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2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들어 주주제안서를 받은 12월 결산법인은 총 14곳이다.
 
상장협에 따르면 주주제안서는 지난 201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6개 상장사에서 제출됐지만 지난해 10개사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올해 정기주주총회 기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주제안권 행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행사된 주주제안권은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상장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경영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회 구성을 두고 주주들이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와 감사 등의 선임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총 주주제안 18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 역시 감사선임(4건)이었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것도 각각 2건씩이었다.
 
올해는 일동제약(000230)-녹십자(006280), 넥슨-엔씨소프트(036570) 등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상장사들간의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서가 많았다. KB금융(105560)의 경우에는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일동제약의 경우 2대주주인 녹십자가 요구한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자를 이번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눈길을 끈다"며 "지금까지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회사 내부의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정해진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자를 통과시키는 요식적인 절차가 주를 이뤘지만 주주가 제안한 후보자가 올라왔다는 것은 주주의 권한을 회사 측에서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동제약과 엔씨소프트는 각각 녹십자와 넥슨의 주주제안에 대해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맞섰지만 이번에 일동제약이 녹십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점차 주주 권리가 부각되는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 외에도 회사 경영 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목에스폼(018310) 소액주주 8인은 내부거래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을 촉구했고, 손오공(066910)의 소액주주들 역시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의 부당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계약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일산업(002700)의 경우는 소액주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 조직을 구성해 소액주주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에게 발송하는 등 주주들의 활동 공간 역시 점차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형 상장사들에 대한 주주행동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증권업 관계자는 "지난해 한화(000880)와 삼성간의 빅딜,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 간의 합병 무산, 현대차(005380) 한전부지 고가 인수 등 대형사 이슈 중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들이 많았지만 외국계 주주들의 의해서만 간간히 주주 권리가 등장할 뿐 국내 주주들의 개입은 상대적으로 아직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 주주제안서의 활성화만 봐도 주주들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행사된다고 볼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주주들로부터 다양한 제안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이 주주의 목소리를 낸 경우가 일부 있었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대형사의 경우 회사의 불합리한 경영에 대해 반발하는 노조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주주들은 이같은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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