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만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욕망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 또한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욕망한다. 영유아기의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 아이들은 바비인형을 보며 아름다운 여성에 관한 기준을 형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다리에 날씬한 허리 그리고 하얀 피부. 매일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필자 또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 바비의 몸매를 꿈꾼다.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노력만으로 이를 수 없는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하려고 한다.
미국의 인형 제작자이자 아티스트인 라밀리는 여성의 몸에 관한 왜곡된 아름다움의 기준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겼던 바비 인형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고민했고, 아이들이 조금 더 자신의 평범함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인형을 제작했다. Meet Lammily – the doll with normal body, spots and cellulite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0일 가디언에서 게시되었다.
◇바비인형(사진=barbiecollector.com 캡쳐)
바비는 본디 '릴리'라고 불리는 독일 인형에서 틀을 따왔다. 릴리는 "금을 파는 창녀"로 묘사된 스트립 만화 캐릭터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의 장난감 회사 Mattel이 소유한 바비 인형은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10대들의 패션 인형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첫 번째 바비 인형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최초의 바비 인형은 검은색과 하얀색의 얼룩말 무늬가 그려진 스트립 수영복을 입은 백인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최근에는 바비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에서, 바비가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성으로 그려져 논란이다. 다음은 가장 최근에 나온 <I can be> 시리즈의 일부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바비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겠냐는 제안을 웃어넘기며 말한다. "나는 디자인 아이디어만 만들래. 나의 디자인을 실제적인 게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티븐과 브라이언의 도움이 필요해."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바비의 꿈은 도전하기도 전에 실패할 운명이다. 단지 바비가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책에 대한 분노는 결국 출판사로 하여금 그것의 온라인 판매를 막았고, 이제 아마존에서조차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바비가 가진 여성성, 즉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기준은 약 55년간 시장을 지배했다. 여성들이 입어야 할 옷, 아름다운 여성이 갖춰야 할 몸매. 이제는 책을 통해서까지 바람직한 여성상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바비인형의 사용자와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아주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라는 사실이다.
과도하게 비정상적인 바비의 날씬한 몸매는 소녀들에게, 때로는 성인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소녀와 여성들이 바비와 같은 외모를 갖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현상, 이른바 '바비 신드롬(Barbie Syndrome)'이 생겨났다.
◇바비와 캔처럼 성형 수술을 한 사람들(사진=CBS 'INSIDE EDITION' 캡쳐)
지방, 여드름, 상처를 가진, 10대 소녀들의 평균 비율을 닮은, 인형이 시장에서 55년간 지배해 온 바비 인형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라밀리(라밀리 인형의 창조주)는 라밀리 인형이 현실적인 몸매 비율에 따라 시장에서 제작된 최초의 저렴한 인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19,000개의 인형을 선주문한 13,621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보여준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 덕분에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은 바비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비판하지만 이전까지 그것을 대체할 만한 인형이 없었어요." 라밀리는 말했다. "이제 저는 하나를 만든 것일 뿐이에요. 아주 어린 소녀들이 그 인형과 함께 할 때, 아이들은 이미 그 인형에 친숙함을 느낄 거예요. 왜냐하면 라밀리는 자신들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죠."
만일 바비를 현실화한다면, 그녀의 몸매 비율은 36-18-33, 키는 대략 175cm, 몸무게는 50kg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비의 몸무게는 키가 175cm인 여성의 평균 체중보다 16kg 미만인 수치이다. 연구에 따르면, 바비의 몸매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100,000분의 1이다. 다시 말해, 바비인형은 절대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표할 수 없다.
◇라밀리 인형(사진=라밀리 홈페이지 캡쳐)
이와 대조적으로, 라밀리는 미국의 질병 통제 및 예방 센터에서 측정된 19세 여성의 평균 비율에 근거하고 있다.
키 163cm, 몸매 비율이 32-31-33. 무엇보다 라밀리 인형의 현실적인 몸매만큼 획기적인 것은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장신구들 또한 바비를 숭배하는 아이들에게 다소 충격을 줄만하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6달러를 지불하면, 아이들은 라밀리 인형에 주근깨, 안경, 홍조, 타박상, 흙과 잔디가 묻은 얼룩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신체적 결함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들이 라밀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로 쓰인다.
사실 라밀리는 화장을 지운 맨 얼굴의 바비 인형 사진을 게시하면서 2013년 5월 처음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민낯의 인형을 보여주며 말하고자 했다.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평범함이 아름답다.' 라밀리의 슬로건이다. 만일 라밀리 인형이 성공을 거둔다면, 머지않아 쇼윈도에서 삐쩍 마른 슈퍼 모델 마네킹이 아니라, 평범한 사이즈의 마네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제 아이들은 라밀리 인형을 사랑하듯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왜곡된 아름다움에 평생 자신을 가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상점에 라밀리 인형이 비치된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라밀리 인형을 갖게 되는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내딛는 첫걸음인 셈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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