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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가축방역)④"책임 소지 명확히 하고 차단 방역 생활화 필요"
3~4중 방역 체계로 책임 분산..결국 책임 질 사람 없어
비위생적 축산방식 문제..농가 자발적 방역 생활화 중요
지리상 쉽지 않은 '청정화'..공격적 백신 정책 보완해야
2015-01-28 16:00:00 2015-01-28 16:46:08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이 동시 진행되며 현재까지 총 129개 농장에서 가축 7만6533두와 가금류 162만5000수가 살처분 또는 매몰됐다.
 
340여만마리 가축이 살처분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규모만 3조원에 이른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있은지 채 4년이 지나지 않아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 방역당국과 농가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설로 인해 축산품 수급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한국이 이처럼 가축전염병 발발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임이 분산되는 법·제도적 허점과 농가의 비위생적 공장식 축산 등 2가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책임 나눠져 오히려 '회피' 수단
 
먼저 축산업 및 방역 관계자들에 부과된 법적 책임 소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 국내 방역 체계는 3~4중 구조다.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부터 일선 가축 소유자까지 방역 의무를 겹겹이 부과한다. 특히 같거나 비슷한 방역 활동에 대해 여러 명에게 책임을 지운 것이 오작동을 불렀다.
 
차단 방역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책임을 나누도록 한 것이 오히려 저마다의 '변명거리'로 악용돼 책임 회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3조는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무를 지운다. 물론 가장 상위 책임자는 농식품부 장관이다. 3조 3항은 농식품부 장관은 시·도 가축방역기관의 인력·장비·기술 등의 보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장들의 책임이 더해진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은 현장의 직접 방역 뿐 아니라, 국가의 가축전염병 관리대책 마련에도 참여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3년 주기로 대책을 검토해 국가적 관리대책에 이를 반영토록 하는 의무를 진다.
 
이밖에 ▲죽거나 병든 가축의 신고 ▲역학조사 ▲가축전염병 병원체 분리신고 및 보존·관리 ▲검사·주사·약물목욕·면역요법 또는 투약 ▲가축거래기록 작성·보존 ▲소독설비 및 실시 ▲격리와 가축사육시설의 폐쇄명령 ▲살처분 명령 ▲도태의 권고 ▲오염물건의 소각 ▲축사 등의 소독 등 주요 방역 업무에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개별 지자체, 농가의 책임이 혼재돼 있다.
 
이는 해당법 시행규칙 18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가축의 소유자 등 또는 축산관련단체로 하여금 가축방역업무를 공동으로 실시하게 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도록 하되, 해당 가축의 소유자에게는 축산관련단체와 함께 실시하게 해야 한다는 식이다.
 
'또는'으로 반영된 책임 공유가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발족한 국민안전처도 국가재난으로 분류되는 가축전염병 방역에 동참한다. 지난 16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경기도 안성의 구제역 상황실을 방문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News1
 
◇농가의 자발적 '차단 방역' 생활화 중요
 
물론 법·제도적 허점 외에도 농가에 만연한 비위생적 축산 방식이 직접적인 발병과 허술한 차단 방역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당국 관계자들은 농가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김용상 검역본부 역학조사과장은 "AI가 토착화됐다고는 볼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진단과 방역조치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 등 축산관계자의 자발적인 차단 방역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방역 석학인 주한수 수의학 박사도 "미국 파이프스톤에서는 차단 방역을 위한 매뉴얼을 각 양돈장에 제시하는데, 현지 농장들은 일단 만들어진 규범이라면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얼마나 잘 운영되고, 지켜지느냐에 있다"면서 '방역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파이프스톤은 전문가 집단에 농장 경영을 위탁하는 미국의 공동 양돈 생산체계다.
 
◇청정화 무리한 추진 말아야..'공격적 백신 정책' 보완 가능
 
이밖에도 백신 정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 등이 나온다.
 
주한수 박사는 "(구제역과 AI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가축전염병 바이러스는 미세먼지나 황사 등을 통해 전파되기도 하는데, 한국의 지리적 여건은 청정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들보다 불리하다.
 
이 때문에 주 박사는 "청정화가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겠지만 무리한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대신 백신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박사는 "필요할 경우 국내 유행주를 활용한 백신 접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가축질병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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