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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스펙인가요?
새파란 외침
2015-01-27 15:00:00 2015-01-27 15:00:00
겨울방학이다. 방학은 지난 한 학기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및 과제에 치여 살았던 대학생들에게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학교 대신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부를 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학기 중에 지겹도록 공부한 학생들이, 방학 하자마자 쉴 틈 없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방학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직장에 취업하려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서다. 스펙이 정확히 무엇이기에 대학생들이 방학에 쉬지 못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것일까. 스펙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단어로 국어사전에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스펙을 “학력과 학점, 토익점수 따위를 합한 것”이라고 정의했지만 대학생들은 취업하기 위해서 그보다 더 많은, 8가지의 스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8대 스펙’은 학력, 학점, 토익점수에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경력, 인턴경력, 수상경력을 더한 것이다. 이 여덟 가지를 대학생 때 모두 해놓아야 하니, 방학에도 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우면서도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휴학마저 스펙을 쌓기 위해서 활용하는 대학생들이 대다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대학생들의 스펙이 평준화 되어버렸다. 다들 비슷비슷한 스펙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시금 대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스펙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고민의 결과로 위에 언급한 8가지 스펙 외에 하나의 스펙을 추가하게 되었다.
 
새롭게 추가된 스펙까지 합쳐서 이제는 ‘9대 스펙’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스펙이 정말 취업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말 이 스펙을 가지면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고 회사에서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새롭게 추가된 스펙은 바로 외모다.
 
◇뉴스와이 화면 캡쳐
 
기존에 ‘8대 스펙’이라고 불리던 토익점수 혹은 자격증, 인턴경력 등은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갖춰야 한다고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외모가 출중하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외모가 뛰어나다면 업무 수행능력도 뛰어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기업에서 외모를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라고 여기는지, 또 대학생들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외모를 본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우선 또래 대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취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S카페에 “외모도 스펙에 포함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결과는 다음 사진과 같았다.
 
◇취업정보 S까페 화면 캡쳐
 
대다수의 대학생이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모가 훌륭하면 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필자에게 “아직 네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들의 의견은 위와 같았지만 기업의 생각도 같을지 의문이 생겼다. 외모가 스펙이라는 말은, 취업이 걱정되는 대학생들이 불안감에 하는 얘기일 뿐 사실 기업에서는 지원자의 외모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한 정보를 찾던 중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기사(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918000638&md=20140921004546_BL)
자료 캡쳐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인사담당자 539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지원자의 이력서 사진 평가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75.7%가 “평가에 반영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력서에 붙어있는 지원자의 사진과 면접 당시의 지원자의 외모가 취업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모가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스펙에 반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평가에 반영한다.”고 했으니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요구대로 조금 더 나은 외모를 갖기 위해 성형도 불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사람의 외모가 그 사람의 스펙이 된다는 사실이 여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과 달리 외모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떨까.
 
외모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의 기업에서도 지원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다. 기업에서 지원자의 외모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이력서의 증명사진이다. 다음은 영문 이력서의 예시이다.
 
◇외국 기업 이력서 양식(자료=바람아시아)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는 곳이 없다. 대신에 자신에 대한 소개와 그동안의 경력을 적는 자리가 있을 뿐이다. 위의 이력서뿐만 아니라 다른 영문 이력서들도 증명사진을 첨부하지 않도록 되어있다. 이는 이력서의 증명사진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명사진이 곧 지원자의 외모라고 할 수 있으니, 해외의 기업에서는 지원자의 외모를 스펙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해 9월 JTBC의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 하는 나, 정상인가? vs 비정상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이 중 미국 대표인 타일러는 “한국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사진을 붙여야 하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는 말로 운을 뗀 후에 “미국은 사진 부착은 차별을 불러올 수 있어 금지한다. 지원자가 고소를 할 수도 있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별, 나이, 인종, 출신국가 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발언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벨기에 및 여러 나라에서도 사진 부착은 금지라고 한다.
 
◇JTBC 비정상회담 캡쳐
 
외모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모두가 다르게 생긴 것일 뿐이다. 그러나 취업 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수려한 외모를 가진 지원자를 선호하고 있으니 지원자들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맞춰갈 수밖에 없다. 외모가 스펙의 하나가 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외모가 스펙이 된 세태와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취업성형을 하는 현실에 대해 지인인 A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한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영희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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