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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 유가급락 직격탄..바닥 모를 '보릿고개'
스프레드, 손익분기점 턱걸이.."中 춘제 효과도 미미" 전망도 나와
2015-01-23 16:34:35 2015-01-23 16:34:3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유화업계의 '캐시카우'로 불리던 파라자일렌(PX)이 최근 유가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에 발목이 잡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저유가라는 최대 복병을 만났다. 원재료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제품 가격도 함께 끌어내려졌다.
 
2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톤당 740달러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가늠하는 스프레드(제품과 원료 가격의 차이)는 톤당 311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통상 업계에서는 스프레드가 톤당 250달러 이상을 넘어야 손익분기점(BEP)을 채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격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일부 기업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미운 오래새끼'로 전락할 처지로 내몰리게 된 셈이다.
 
◇파라자일렌 가격 흐름 추이.(출처=한국석유화학협회)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해 11월에는 톤당 1000달러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주력 수출 시장인 중국이 경기 침체 상황에 놓이면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여기에 그해 6월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만 200만톤 이상의 신·증설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도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악재가 됐다. 수요가 부진한 국면에서 공급만 넘쳐났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부터는 상반기 대비 더욱 가파르게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원자재인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파라자일렌 가격도 함게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해 11월 톤당 998달러를 기록하며 1000달러대가 무너진 뒤, 다시 넉달 만에 700달러대로 수직 낙하했다.
 
유가 급락은 제품 가격도 떨어뜨리지만 무엇보다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원재료 가격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게 되자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전방 업체들이 재고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며 구매량을 줄이는 등 변동성에 무게를 둔 긴축 대응에 나섰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전방 업체들이 재고량을 낮추는 동시에 파라자일렌 구매량도 줄이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 데 유가급락이 이를 더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자재값 하락으로 수급이 더 꼬이게 되면서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파라자일렌 생산규모는 1월 현재 984만톤에 달한다. S-Oil이 180만톤으로 생산능력이 가장 크고, 이어 SK종합화학(175만톤·울산아로마틱스 포함), 삼성토탈(171만톤), GS칼텍스(135만톤), SK인천석유화학(130만톤), 현대코스모(118만톤), 롯데케미칼(75만톤) 순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국내 파라자일렌 제조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0%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동률이 90%대를 유지했던 지난해 1월 대비 10% 정도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장기공급 계약에 묶인 덕에 현 가동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 가격은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그나마 대형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어 80%대의 가동률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릿고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기간에는 파라자일렌 수요가 바닥을 찍을 전망이다. 다운스트림에 속한 업체들은 춘제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기 때문에 이 기간 조업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후 조업이 정상화되는 3월부터 수요가 회복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올해는 회복이 예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라는 변수가 상존하고 있어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국제유가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때문에 '춘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시황도 문제지만 구매심리가 위축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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