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도 못 되는 정(丁)들의 이야기 - 오늘도 알바몬은 웁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속
입력 : 2015-01-22 14:00:00 수정 : 2015-01-22 14:00:00
일산의 한 세계맥주집 아르바이트생이자, 휴학생인 C는 1월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오른 찰나, "오늘부터 출근하지 마라"는 사장의 해고 통보를 받은 것. 가게업종을 곧 바꿀 예정이니 저녁 타임 아르바이트생이 필요 없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억울했지만, 마땅히 항의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C는 결국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원하는 인원이 넘쳐 나는 방학 시즌. 웬만한 곳은 이미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진 상태.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C로서는 갑자기 날아든 해고통지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여전히 ‘아르바이트 구함’ 중인 C는 오늘도 다음 학기에 나갈 생활비 걱정에 한숨이 는다.
 
◇일찍 퇴근하라더니…'알바생' 울리는 '꺾기' (캡쳐=2015.1.13 SBS8뉴스)
 
Y대 앞 한 초밥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K는 제대로 ‘꺾기’에 당했다. 월급날, 기쁜 마음으로 통장을 확인한 K는 눈앞의 잔액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평일 아침 8시부터 출근해 3시까지 7시간을 일했으니 시간당 5,000원의 시급을 받기로 한 K의 계좌에 들어 있어야 할 돈은 77만 원인데, 이게 당최 무슨 일인지. K의 통장에는 11만 원이나 깎인 66만 원이 찍혀있었던 것.
 
놀란 K는 당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돌아오는 건 어처구니없는 답변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은 시급에 포함하지 않으며, 그것이 당연한 관행이라는 것이었다. 이름 하야 근무시간 ‘꺾기’였다.
 
사장의 제멋대로 시급 계산법에 K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K는 브레이크 타임에 쉬지 않고 가게 청소를 맡아서 했기 때문. K는 억울한 마음에 브레이크 타임에 항상 가게 청소를 했음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어린 애가 돈을 밝힌다. 그 정도 일 도운 것으로 돈을 받으려고 하니 버릇이 없다.” 그리고 사장은 이틀 후 직원을 뽑았으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 한 통을 K에게 보내왔다. 항변의 대가였다.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스탠바이’ 시간 역시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는 ‘꺾기’의 일종이다. 스탠바이는 근무시간보다 10분에서 길게는 20분 먼저 도착해 근무를 준비하는 시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시간 역시 시급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기업 아르바이트라면 사정이 좀 다를까 싶지만, 한 유명 영화관에서 6개월째 아르바이트 중인 S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평일 아르바이트로 치면 일주일에 시급 1시간에 달하는 시간이지만, 정시에 도착하면 매니저에게 눈총을 사기 십상이라고. 심지어는 스탠바이 시간에 맞춰오지 않았다고 시급을 깎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 20분 30분 연장근무 역시 허다하다고.
 
“출근도장은 옷을 갈아입고 찍어야하지만 퇴근도장은 찍고 갈아입어야 해요. 적어도 20분은 그냥 공으로 나가는 셈이죠. 한번은 퇴근 전에 깜빡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퇴근도장을 찍었다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기겁을 하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어요. 매니저에게 걸리면 큰일 난다는 거예요.” 영화관 아르바이트생 S는 이렇게 말하며 오늘도 추가수당 없는 연장근무를 하고 20분 늦게 퇴근도장을 찍는다. “월급은 융통성 없이 맞춰 주면서 일하는 시간은 융통성 타령이에요. 어이가 없죠.”
 
아쉬운 시급 깎기에 혈안인 중에도 갑(甲)들의 횡포는 끊이지 않는다. J대 앞 한 북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L은 사장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최저 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이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일하고 있던 카페에 바퀴벌레가 떼거리로 나타난 것. 놀란 L은 곧바로 카페에 바퀴벌레가 있다고 사장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말은 가관이었다. “혼자 깨끗한 척하기는. 너 집에서는 더럽게 살고 있을 거면서 여기선 왜 깨끗한 척이냐.” 그 뿐만 아니라 커피 만드는 일을 가르쳐주면서, “너 이거 다른 애들은 몇백만 원 들여가면서 배우는 건데 넌 공짜로 배우니까 거저먹고 좋지? 이거 시급에서 다 깎아야 하는데.”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사장의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L은 새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지기까지 아르바이트를 지속하던 중 사장으로부터 더욱 믿기 힘든 말을 들어야 했다. 한 지원자가 와 시급을 듣고 최저 시급도 주지 않는다며 돌아가자, 사장이 “돈 벌고 싶으면 룸살롱에서 일하지 왜 여길 와.”라고 이야기했다는 것.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의 커피 한 잔 값이 5,000원을 훌쩍 넘나드는 요즘, 번듯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구인 모집을 펼쳐보면 넘쳐나는 게 아르바이트 자리인가 하지만, 시급은 최저 시급도 맞춰주지 않으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내세우고 ‘열정이 넘치시는 분’ 그리고 ‘힘든 일도 도맡아 하는 분’을 찾는 혹자의 꿍꿍이속이 여간 시커멓게 보이는 게 아니다.
 
어쨌거나 당장 ‘땡전’이 아쉬운바. 울며 겨자 먹기로 쥐꼬리만 한 시급에 만족하며 이력서를 제출하는 이 을(乙)도 못 되는 정(丁)들의 눈물에 피눈물 나게 하는 것은 짠 시급도, 힘든 업무도 아닌 ‘갑질’이다.
 
4개월 동안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는 O는 끔찍했던 4개월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대체로 연령대가 낮으니까, 어리다고 반말하면서 무시하고 함부로 말하는 고객들이 정말 많아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왜 안 되느냐고 무조건 고함부터 지르는 분들도 많아요. 한 번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할인쿠폰을 두 개를 들고 와선, 중복 사용이 안 된다고 하는데도 무조건 둘 다 사용해 할인해 달라고 우기셨던 손님도 있었죠. 저한테 고함을 치고 욕도 했어요. 무조건 사장 나오라고 하고. 그분들도 분명 제 또래인 자식들이 있을 텐데,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는 걸까요?”
 
O는 이어, “그래도 고객들은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라고 참는데, 사소하게라도 마음에 안 들면 너 아니라도 쓸 사람 많다는 식으로 나오는 고용주가 더 견디기 힘들었어요. 제가 거기서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그만두고 새 아르바이트 자리 찾는 일이었죠.”
 
 
박소현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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