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부 "국제유가 급락분 반영해야"..업계와 충돌
2015-01-09 18:14:41 2015-01-09 19:06:0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가 유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연이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플라스틱 등 전방제품에서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업계를 압박했다. 반면 업계는 나프타에서 추출한 에틸렌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인하 여력이 없다고 항변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석유화학업계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석유화학업계 CEO 간담회 및 2015년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신년인사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는 날선 공방들이 오갔다. 윤 장관을 비롯해 방한홍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였던 이날 간담회는 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업황 전망과 함께 새해부터 시행되는 화평법(화학물질등록및평가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탄소배출권거래제 등에 대한 업계의 부담을 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장관 측에서 "이미 수차례 논의한 내용"이라면서 자유토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주제는 단연 국제유가다. 지난해 10월부터 유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기초원료 제품도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참석자 일부는 최근 원유가격 대비 전방인 플라스틱의 가격 하락은 미미하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국제유가 하락이 3개월 이상 지속된 만큼 플라스틱 제품에 원재료가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격인하 검토를 주문했다. 
 
이에 업계는 "국제유가보다 에틸렌 국제 판매가격이 높은 탓"이라면서 가격 인하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하락세지만, 여기서 추출하는 에틸렌은 수급 불균형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업체들이 에틸렌을 외부에서 조달해 사용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장관은 석유화학업계가 직접 나서 이 같은 상황을 적극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설득과 그에 따른 책임도 직접 부담하라는 얘기.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이 최종 소비자와 플라스틱 업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업계가 적극 소통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매년 해외에서 수입하는 폴리에틸렌(PE)에 대해 부과하는 할당관세에 대한 업계의 고충도 이어졌다. 정부는 매년 수입산 PE에 1년 단위로 물량을 정해 6.5%의 할당관세를 부과했는데, 올해는 관세를 2%로 낮췄다. 관세 물량에 대한 제한도 풀어 올해부터는 수량에 관계 없이 낮은 관세가 부과된다. 이를 두고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부는 할당관세를 낮추려고 하는 반면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석유화학 업계는 수입산 PE 증가로 내수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관세 인하로 점점 경쟁력이 떨어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산업부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는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되는 화평법, 화관법,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등이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정부 측에 호소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신흥국의 반덤핑 조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자발적 사업개편 촉진 지원, 석유화학 산업단지 고도화를 위한 관로(공동배관망)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윤 장관은 "국내 환경규제 강화 조치 등으로 경영여건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환경규제의 합리화, 수입규제 대응반 가동 등 현장과 소통하며 업계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윤 장관은 석유화학업계에 속도감 있게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 줄 것을 주문하는 한편, 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업계 자율의 사업 재편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절차 특례 등의 특별법인 가칭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