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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불황에 석화협회장 선임도 안갯속
방한홍 회장 내년 2월 임기완료..후임 윤곽조차 못잡아
2014-12-03 07:00:00 2014-12-03 07:00:00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차기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방한홍 석유화학협회 회장이 임기만료로 한화케미칼 대표에서 물러나기로 한 가운데 주요 기업의 사장단 인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차기 회장 선출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일제히 악화된 탓에 협회장직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3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방한홍 회장이 내년 2월까지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직을 수행한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28일 사장단 인사에서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대표를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김 대표는 이달 1일부터 장교동 본사로 출근해 인수인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화그룹은 김 신임 대표가 한화케미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확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방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대표가 현재 내정자 신분이기 때문에 현 대표이사인 방한홍 대표가 주총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 석화협회 직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차기 회장 선출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올 연말까지 회장 및 회장단의 윤곽을 그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인사가 당장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만 사장단 인사가 난 상황이다. SK종합화학과 SKC,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의 회원사가 속한 주요 그룹은 이달 중순이나 연말쯤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석유화학협회 회장은 2년마다 한번씩 2월에 열리는 정기총회를 통해 선임한다. 통상 차기 회장 선임은 회원사들이 전년도 12월에 후보자를 논의해 1월에 회장을 선출하고, 총회를 통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올해는 연말임에도 회장 선출에 대한 논의 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돼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직을 수락할 CEO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석유화학 경기가 2년째 침체일로인데다가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과 중국의 자급률 확대 등 난제가 겹겹이 쌓여있다. 각 기업마다 실적부진을 타개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 만큼 CEO들이 대외활동에 선뜻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협회장 선출 과정도 총회 개최 직전까지 난항을 거듭한 끝에 방한홍 회장이 맡는 것으로 가까스로 의견을 모았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 대표들이 회장직을 기피한 탓이다.
 
지난해의 경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이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내실있는 회사경영을 위해 대외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고사했고, 차 사장은 석화협회 CEO 가운데 연배가 가장 낮다는 점을 들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역시 뚜렷한 업황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터라 각 업체마다 차기 회장직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협회장 선출 때마다 각 업체들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특정 기업으로 쏠리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성재갑 LG화학 사장이 협회장을 맡은 것을 끝으로 한화와 롯데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번갈아 맡고 있다. 2005년 이영일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사장, 2007년 허원준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케미칼) 사장, 2011년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2013년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등이 돌아가며 맡았다.
 
석유화학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례없는 업황침체로 올해는 각 사의 CEO 변동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이고, 차기 회장 선출작업도 안갯속에 빠졌다"면서 "이는 위기상황에 노출된 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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