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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결산)④FA·외국인 선수 연봉..잇단 도미노 현상
일반 단년계약 선수도 고액계약 즐비
2015-01-05 17:32:14 2015-01-05 17:32:14
◇2015시즌 자유계약선수(FA) 계약결과.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친 이후의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겨울은 '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고 불린다. 겨울철 각 구단이 팀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이 마치 경기처럼 치열하고 분주히 이뤄진다는 데에서 유래된 스포츠계 은어다. 이제는 일반 팬들도 잘 알 정도로 흔히 쓰인다.
 
2014시즌이 종료된 후 시작된 스토브리그 풍경은 '돈잔치'다. 자유계약선수(FA)는 물론 외국인선수 또한 마찬가지고 일반 단년계약 대상 선수들도 고액의 계약을 마쳤다.
 
단순히 절대 액수 인상폭만 컸던 것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 최저연봉인 2700만원을 겨우 넘는 선수가 아닐 지라도 연봉 인상폭은 막대했다. FA나 예비 FA(FA에 1시즌 남긴 경우)도 아닌데 1억원에 근접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200%를 넘기는 연봉 증가를 보인 경우도 있고 일반 단년계약 선수 연봉이 7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나왔다.
 
◇FA의 계약 총액 '630억6000만원'
 
'돈잔치'의 시작은 역시 FA 계약 결과다. 예년보다 돈(총액)의 액수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다들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1일 오후 SK가 내야수 나주환과 투수 이재영의 계약을 마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의 계약은 모두 끝났다. 이들의 계약 총액을 합산하면 630억6000만원. 나주환과 이재영의 10억원은 올해 계약 결과로 치고 굳이 빼더라도 금액은 620억6000만원에 달한다. 역대 FA 계약 총액을 90억원가량 경신한 어마어마한 액수다.
 
◇1999~2014년 FA의 계약 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협상·계약 기간이 본격 시작되기 전 FA로서의 권리를 펼친 선수는 19명. 프로야구에서 FA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선수들이 등장한 것이다. 계약 총액 경신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이런 우려에 맞춰 "FA 시장의 과열 조짐을 직시하자"는 신중론과 자성의 목소리도 야구계에 적잖게 등장했다. 언론도 부정적 기사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같은 신중론은 FA 협상·계약 기간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묻히고 말았다. 결국 결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FA와의 협상 기간이 시작되자 구단들은 구단에 돈이 없다는 평소의 모습과 달리 수십억 원을 동시에 풀었다. 눈치작전과 협상과정도 치열했다. '쩐의 전쟁'이란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당시 FA의 자격을 얻은 심정수(현대→삼성·현재 은퇴)의 총액 60억원 기록이 깨지는 데는 9시즌이 걸렸다. 재작년 강민호가 총액 75억원에 계약을 맺는 등 모두 3명(정근우 총액 70억원, 이용규 총액 67억원)이 심정수 기록을 넘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지난해 곧 깨졌다. 총액 80억원 이상 선수만 3명에 달한다.
 
◇1999~2014년 FA의 고액 계약 기록. (정리=이준혁 기자)
기존 소속팀에 남는 최정(27·SK·내야수)과 윤성환(33·삼성·투수)이 각각 총액 86억원과 80억원에 계약했고, 롯데를 떠나 두산에 옮긴 장원준(29·투수)은 이번 FA 시즌 이슈 중심인 선수답게 총액 84억원에 계약을 했다.
 
이들은 다른 다수의 선수들과 달리 '옵션' 없는 보장액을 받는다.
 
이들 '빅3'를 빼도 안지만(31·투수·삼성)과 박용택(35·외야수·LG), 김강민(32·외야수·SK)도 총액 5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받기로 했다. 결국 이들 6명에게 오간 총액 기준 금액은 무려 421억 원에 달한다.
 
계약을 마친 19명 중 이들 선수 비중은 인원수론 31.57%이나 총액으론 66.76%에 육박한다. FA도 '빈익빈부익부'가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소박한(?) 계약사례도 있다. 한화 출신으로 FA의 권리를 행사한 김경언(32·외야수)이 대표적이다. FA의 자격을 얻은 후에도 한화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화제를 모은 선수로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한화에 총액 8억5000만원이란 적은 액수에 잔류했다. 최정이 SK를 통해 얻어낸 총액 대비 10% 미만이다.
 
반면 나주환(30·내야수)과 이재영(35·투수)은 FA의 권리를 행사한 선수가 받곤 하던 금전적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경우다.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 기간에 합의점을 못한 이들은 타팀 협상 기간에도 끝내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원소속 구단인 SK로 굴욕적인 조건에 돌아갔다. 심지어 둘은 계약금도 없다. 
 
◇1월5일 현재 구단별 2015시즌 외국인선수 계약결과. (정리=이준혁 기자)
  
◇외국인 몸값도 급상승..근데 발표액이 맞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명문상으로 존재하던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를 철폐하고 연봉의 제한 금액을 없앴다. 공연한 비밀이었던 '뒷돈'을 양성화하잔 취지다.
 
결국 외국인 선수의 발표 연봉은 급격히 올랐다. 지난해 소폭 오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엔 급기야 150만 달러란 엄청난 금액까지 등장했다.
 
두산베어스는 지난달 29일 지난 4년간(2011~2014년) 팀의 고정 에이스 역할을 해오던 더스틴 니퍼트(33)와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5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니퍼트의 지난해 구단 발표 연봉은 38만7000달러(약 4억3000만원)다. 올해 3.87배나 오른 것이다.
 
니퍼트 외에 총액 100만 달러 이상을 받기로 한  외국인 선수는 4명에 달한다. NC와 재계약한 찰리 쉬렉(29)과 에릭 테임즈(28), '추추트레인' 추신수와 친한 동료로도 널리 알려진 잭 한나한(35)이 100만 달러 계약을 이룬 주인공이다.
 
외국인 선수의 기용은 단순히 계약된 금액의 지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머물 숙소의 제공, 가족의 한국 방문과 선수 본인의 출입국 등의 비용이 든다. 발표 총액과 별개로 적잖은 옵션이 붙는 경우도 적잖고, 발표된 금액이 '세후금액'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발표된 연봉이 많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부수 혜택도 있으니 더는 '이중계약'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깨는' 논란이 연말 있었다.
 
삼성이 톱타자 야마미코 나바로(27)와 재계약할 당시 발표한 금액은 85만 달러였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의 기자인 엔리케 로하스는 자신의 트위터로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나바로가 기본급 95만 달러, 인센티브 40만 달러 등 총액 135만달러(한화 약 14억8608만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삼성의 발표와 엔리케 로하스 기자의 언급 총액은 50만 달러나 차이가 난다. 삼성은 "옵션은 관례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보장금액도 우리가 발표한 85만 달러가 맞다"라는 공식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히며 엔리케 로하스 기자 언급이 사실이 절대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의혹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계속 인상되는 주요 이유에는 선수 기량의 지속적인 향상도 있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오르면서 외국인 영입선수의 기량도 자연스레 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FA 계약의 고액화가 외국인 선수 계약의 몸값 인상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잖다. 비슷한 금액으로 국내 선수보다 기량이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인식이 구단 측에 있고, 외국인 선수들의 에이전트도 한국 야구계에서 벌어지는 FA계약 폭등을 알고 이같은 상황에 맞춰서 접근 중이다.
 
물론 결과는 시즌이 끝나야 안다. 다만 투자 대비 효과의 효율성에 대해선 물음표를 그리는 이가 매우 많다. 지난 연말 윈터미팅 당시 외국인 선수와 FA 제도에 대해서 팀별 단장들이 모여 열띤 논의를 했지만 결론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현실이 '폭주기관차'라는 사실은 인지하나 딱히 브레이크도 없는 현실이다.
 
◇야마미코 나바로.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국내 선수의 연봉도 동시에 올라
 
FA 계약 고액화는 외국인 선수들은 물론 FA 권리 행사가 가능한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들에게도 역시 많은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년 계약을 하는 일반 국내 선수도 이제 연봉 7억5000만원을 받는 시대다. 
 
넥센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200안타 첫 돌파'라는 위업을 이룬 정규시즌 MVP 서건창(25)과 지난달 9일 지난해 연봉 9300만원에서 2억700만원(222.6%) 오른 3억원에 올해 계약을 했다. 
 
넥센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25일 팀의 4번타자로 최근 3시즌동안 연속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28)와 연봉 7억원에 올해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5억원 대비 2억원(40%)이나 인상됐다. '7억원'은 지난해 최정이 받던 금액과 같은 값으로 해외복귀선수를 포함한 FA와 외국인 선수 외에는 계약할 당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타이 기록이다.
 
◇김현수. (사진제공=두산베어스)
장기간 경신되지 않을 것 같던 박병호와 최정의 '7억원'의 기록은 열흘만에 깨졌다. 두산베어스가 5일 김현수와 지난해 연봉인 4억5000만원에 비해 3억원이 오른 7억5000만원에 계약한 것이다.
 
이로써 김현수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기록을 썼고, 팀내 역대 최고인상액 기록도 다시 찾았다. 팀내 최고인상액 기록(2014·1억4000만원)을 보유하던 김현수는 전날 오재원에게 잠시 기록을 내줬다. 지난해 맹활약한 오재원은 올해의 연봉이 지난해 연봉 1억7000만원 대비 2억3000만원(135.2%) 오른 4억원이 됐다.
 
최근 잇단 연봉인상에 야구계 관계자들은 오는 2월말에 발표되는 KBO의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당연히' 오를 것으로 여긴다.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선수의 연봉을 모두 동결해도 오른단 것이다.
 
KBO가 지난해 2월26일 발표한 '10개 구단 선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구단 선수 477명(신인·외국인 제외)의 평균 연봉은 1억638만원에 달한다. 이중 각 구단 연봉 상위 26명(1군 엔트리 인원수·외국인 및 KT 제외)의 평균연봉은 1억8432만원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국내 선수들까지 연봉이 가파르게 인상한 데에는 FA 계약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같거나 비슷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FA라는 이유로 받는 처우가 다르니 그만큼 인상 욕구가 높고, 구단도 이를 무작정 막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본격화돼 올해까지 이어진 FA 계약의 고액화에 따른 나비효과는 국내 프로야구 전체로 퍼졌다. 나아진 처우를 끌어내리기는 어렵단 점에서 문제 의식은 커지고 있다. 
 
아직 비어있는 외국인 선수 세 자리가 다 차고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일반 선수의 계약을 마치면 올해 선수 급여는 어떻게 될까. 야구계는 이를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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