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홍수' 시대다. 때문에 국책 연구소를 비롯해 민간 연구소에서 양질의 보고서를 생산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되고 아깝게 놓치는 리포트를 선정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 금융권에서 화두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을 위해서는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나온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이슈 점검(정희수 연구위원)'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핀테크 기업 금융업 진출..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재검토 시작
미국의 핀테크(Fin-Tech) 기업들이 지급결제, 이체거래, 유사 수신 및 대출업무 등을 영위하면서 전통적인 금융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페이, 라인페이 등 소셜네트워크(SNS) 기업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뱅크월렛카카오 출시로 본격적인 핀테크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008년에 추진했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정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008년 10월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8호의 규정에 의한 전자적 장치를 이용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은행업무를 영위하는 은행을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정의(제8조 3항 신설)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무위원회 검토의견서(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당시는 시기적으로 금융위기 직후였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금융의 태동기, 금융IT 발전의 초기단계 등의 요인으로 추진 동력이 미약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실명확인 방법과 금산분리 규제다. 최근 금융실명법 시행령 개정으로 실명확인 방법은 해결됐지만 금산분리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다.
◇日, 8개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4년만에 흑자전환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IT버블 형성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4개를 포함해 총 8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주주구성을 보면 은행업-인터넷포털, 은행업-통신업, 유통업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으며, 우려와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난립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설립 4년 후 대부분 흑자로 전환됐으며, 시스템 사업이라는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편이라는 평가다.
어려운 업무 또는 규제가 심한 업무에 대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등 특화된 사업모델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사업모델에 적합한 업무범위 부여
보고서는 인·허가 과정에서 일본과 같이 모회사로부터의 은행 독립성, 모회사의 사업위험 차단 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모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업무역량과 인프라 정도를 평가해 사업모델에 적합한 업무범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존 은행과 동일한 업무범위를 적용하되, 업무수행 역량에 대한 심사를 통해 업무별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도 대안이다. 일본의 경우 은행별 사업모델의 특화가 잘 이루어진 편이다.
또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비금융회사 간 전략적 제휴의 활성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물론 시장 참여자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진행돼야 할 부분이나 일본 사례와 같이 초기단계에서 공동 지분 참여 사례가 많았던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