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21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 "이적행위"라고 경고한 뒤 23일 만에 공식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폐쇄성을 갖는 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매우 빠른 합수단 구성입니다. 군이 검찰과 합수단을 구성한 건 무려 16년만입니다. 지난 1998년 병역비리 합수단 이후 처음입니다.
규모를 보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김기동 합수단장(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을 비롯해 검사만 무려 18명입니다. 기존에 통영함 비리를 수사해왔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통째로 합수단으로 옮겨왔습니다. 여기에 검찰 수사관 41명까지 가세했으니, 검찰에서만 무려 59명이 합수단에 합류했습니다.
사실상 군과 방위사업청을 집중 겨냥하게 될 이번 합수단에는 국방부에서도 무려 18명이 참여했습니다. 군 검찰관 6명, 기무사령부 요원 2명 등이 파견됐습니다. 민간이 현역 군인을 수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군 관계자들의 파견으로 현역 군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 모두 가능하게 됐습니다.
합수단의 주축을 이루는 검찰의 수사 의지는 매우 강력합니다. 이미 합수단의 규모가 역대 최대인 105명인데, 이 숫자도 수사 상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왜 '방위사업 비리' 합수단인가.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그럼 왜 '방위산업 비리' 수사가 아닌, '방위사업 비리' 수사일까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ㄴ' 받침 하나의 유무는 큰 차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방위산업'의 사전적 의미를 볼까요? '국가를 방위하는 데에 필요한 무기, 장비 등 각종 물품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모든 산업'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럼 '방위사업'의 개념은 뭘까요? 이 용어에 대해선 '방위사업법'을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방사법 1조에는 '이 법은 자주국방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위력 개선, 방위산업육성 및 군수품 조달 등 방위사업의 수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즉, 방위력개선, 방위산업육성, 군수품 조달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방위사업'인 것이죠. 쉽게 말해서, '방위사업'이 '방위산업'에 비해 훨씬 더 포괄적이라는 것입니다.
당초 합수단의 이름은 '방위산업비리 합수단'이었지만, 이게 '방위사업비리 합수단'으로 바뀐 건, 그만큼 수사의 폭이 넓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겁니다.
▶김진태 검찰총장 "발본색원 계기"
그럼 가장 궁금해지는 부분이 남았습니다. 수사가 잘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결론부터 미리 말씀 드리면,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수사가 많은 성과를 얻으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수사기관의 수사의지. 현재로선 이 부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검찰에서도 조직 차원에서 수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죠. 검사들 입에서 '은하수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정도니까요.
◇김진태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News1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합수부 현판식에서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는 합수단 구성으로 발본색원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했습니다. 또 "이번 기회에 기필코 고질적 적폐인 방위사업 비리의 뿌리를 뽑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선진 국방을 이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기동 합수단장도 기자들과 만나 "기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사건의 성격상 긴 호흡으로 수사를 끈질기게 할 수밖에 없다"고 수사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軍, 끝까지 합수단 수사에 협조할까?
결국 수사의 성패는 군이 얼마큼 협조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군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상태입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가장 유능한 군 검찰관과 수사관 등 전문요원을 파견해 합수단의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협조할 것으로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또 발전된 방위산업이 국격을 높이고 있고 이런 발전에 헌신한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의 비리가 방위산업 전체(의 비리)로 인식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우려를 표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말입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군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군의 협조에 대해 막연히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993년 율곡 사업 비리 수사 당시 군은 전직 국방장관 2명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번 수사 역시 쉽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여차하면 군 윗선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만연해왔다고 평가되는(즉, 적폐인) 방위사업 비리가 그 뿌리를 드러낼 경우 수사의 범위는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경우 군이 지금과 같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보장은 쉽사리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 합수단도 이번 수사 상황이 언론에 과도하게 보도돼 '군사 기밀 유출' 논란이 발생하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김 단장은 "수사를 할 때, 수사 저항 세력이라는 게 있다. 수사에 명분을 갖고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기자들의 협조를 당부했죠. 그는 "수사가 끝난 후에 (국민들이) '군사기밀만 노출되고 국익만 해쳤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밝혀 군을 수사하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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