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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가이드라인, '비식별화'에서 해답 찾나
4번째 수정안 "비식별화 정보는 동의 없이도 수집·이용 가능"
2014-11-20 19:45:47 2014-11-20 19:45:47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1년여간 매듭 짓지 못하고 수정을 거듭해온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이 '비식별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개최한 '2014 제3차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세미나'에서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의 최종안 도출에 앞서 학계·법조계·업계 등의 전문가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했다.
 
◇4번째 수정 가이드라인.."비식별화 정보는 동의 없어도 이용 가능"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보호를 균형있게 규율하고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된다는 비판과 부정적 여론에 부딪히며 의결되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한 이후 이날 토론회에 이르기까지 총 4차례의 토론회를 진행했으며,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조문 수정을 거듭했다.
 
이날 토론에서 논의된 4번째 수정안의 핵심은 '공개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조치한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수집·이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개된 개인정보'란 이용자 및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공개 대상이나 목적 제한 없이 합법적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등의 정보를 말하며, 비식별화란 해당 정보가 어느 개인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즉 데이터값 삭제, 가명처리, 총계처리, 범주화, 데이터 마스킹 등을 통해 개인정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함으로써 개인정보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더라도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
 
다만 비식별화된 정보라 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조합·분석 등 처리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다시 생성되는 등 '재식별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파기 또는 다시 비식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진=김미연 기자)
 
◇업계 "빅데이터 속도 내야"..소비자단체 "개인정보는 보수적 접근 필요"
 
토론 참가자들은 향후 빅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체로 수정된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도에 있어선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상헌 SK텔레콤(017670) 정책협력실장(상무)은 "개인정보보호와 개인정보활용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가이드라인 제정은 빅데이터 산업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상무는 "이번 수정 가이드라인에서 비식별화 정보의 수집·이용을 허용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며 비식별화 정보가 더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비식별화 정보의 활용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규 NHN 팀장은 "국내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해외 빅데이터 서비스는 점점 더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며 "해외 기업들은 온라인 정보에 오프라인 정보까지 결합해 이용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에 뒤처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가이드라인 제2조 1항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정의는 너무 광범위해 사업자들의 정보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넓혀 사업자들의 활용도를 높이거나, 일부 식별정보는 옵트아웃(정보수집 동의 획득이 어려운 경우 사후 이용자에게 알리는 방식) 등 사후 제도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비자단체측 참가자들은 빅데이터의 효용성은 인정하지만 개인정보보호나 소비자들의 자기결정권 문제는 그 중요성에 기반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내에서 유독 빅데이터의 논란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한 실명 기반 사회라는데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거나 민원을 하나 제기해도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됐다고 해도 도처에 개인정보가 널려있는 만큼 비식별화가 된다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우려되는 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정 사무총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대체로 사업자들의 데이터 수집을 더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주희 소비자시민모임 부위원장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과 빅데이터 최대수집 목표 간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도 가이드라인에 포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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