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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만 요란하고 1년 허송세월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委
2014-11-18 17:30:16 2014-11-18 17:30:1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결국을 우려하던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애초 올해 말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담은 정부 권고안을 내기로 했으나 시간을 못 지키게 됐고, 활동 종료를 2개월 남긴 지금에서야 '2055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목표만 제시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18일 공론화위는 지난해 10월 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후 그간 진행한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 설문조사 등의 논의 내용을 종합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의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할 시설을 2055년 전후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과 영구처분 전까지의 저장시설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또 정부는 핵연료 발생부터 영구처분까지의 관리 계획과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론화위는 활동 기간도 넉달 연장하기로 했다. 홍두승 공론화위원장은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으나 부족했다"며 "활동 기한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외형(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번 의제를 얼핏 보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공론화위가 1년간 허송세월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반감기가 수백년~수만년이나 되기 때문에 한번 배출된 핵연료는 영구처분시설에 저장해 반감기가 끝날 때까지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의제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설치방법과 시기, 과정 등을 논의하려고 구성됐으나 이번 의제는 의제가 아닌 공론화 결과를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며 "의제를 아무리 봐도 무엇으로 공론화를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론화위가 활동 종료를 두달 남긴 지금에야 의제를 발표했다는 점에도 문제로 꼽힌다. 남은 두달간 영구처분시설 설치방법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 결국 공론화위는 예정된 활동 기간을 넉달 연장하는 무리수를 뒀다.
 
2055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자는 대안도 논란을 낳는다. 그동안 정부와 공론화위는 고리원전 등에 임시저장된 사용후핵연료가 2016년이면 포화된다고 주장하며 2040년을 전후해 핵연료를 처리할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의제에서는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영구처분시설 설치 목표시점이 기존 주장보다 10년 더 늘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측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건설 시점을 2055년으로 설정한 것은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큰 마당에 공론화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12월17일 서울 중구 고려대연각센터빌딩에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론화위원회 현판식이 열렸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공론화위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와 공론화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론화위 재구성과 원점에서 재검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그동안 공론화위는 회의 과정 비공개, 시민단체 측 인사 배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홍보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며 "공론화위의 위상과 역할, 구성을 다시 짜고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실효성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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