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초점)후강퉁 시대 개막..中증시 드디어 문 열렸다
시행 첫날 매매 열기 '후끈'.."中 자본시장 개혁 촉진"
2014-11-17 14:17:07 2014-11-17 14:17:15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폐쇄적이었던 중국 증시가 '후강퉁' 시행으로 신국면을 향해 나아가게 됐다. 후강퉁은 상하이를 뜻하는 '후(水+戶/邑)'와 홍콩을 뜻하는 '강(港)'을 조합해 만든 용어로, 상하이·홍콩 증시 간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후강퉁은 홍콩 투자자가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후구퉁'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강구퉁'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후구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그간 외국인들에게 제한됐던 본토 A주 시장에 큰 유동성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후강퉁 전격 시행..A주 시장 외국인에게 개방
 
◇홍콩증권거래소에 걸려 있는 후강퉁 배너(사진=로이터통신)
후강퉁 시대가 17일 개막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를 비롯한 외국인들도 그동안 투자가 어려웠던 중국 본토 A주 종목을 홍콩 시장을 통해 직접 매매할 수 있게 됐다.
 
후강퉁 시행 전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 전용의 B주에만 투자할 수 있었다. A주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얻은 기관 투자자만 매매가 가능했다.
 
이번 후강퉁 시행으로 외국인들의 투자가 가능하게 된 종목은 중국 본토 A주의 우량주 종목 568개로, 이는 상하이종합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한다.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B주 등은 대상 범위에서 제외된다.
 
후강퉁을 이용하려는 개인 투자자는 본토 50만위안 잔고를 보유해야만 한다. 아울러 홍콩과 상하이 주식 시장 모두가 열려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한국 시각 10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오전 거래가 이뤄진 뒤 휴장한다. 오후 장은 오후 2시에 열려 4시에 문을 닫는다.
 
정정 주문은 불가능하며, 당일 매매를 의미하는 데이트레이딩도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1일 한도는 후구퉁과 강구퉁이 각각 130억위안, 105억위안이며, 총액한도는 3000억위안과 2500억위안이다.
 
◇개장 10분 만에 거래대금 65억위안 돌파
 
후강퉁 시행에 이날 중국·홍콩 증시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장 시작 10분 만에 거래대금이 65억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후강퉁은 60억위안을 넘겼고, 강구퉁은 5억800만위안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후강퉁 시행 첫날부터 거래 한도 소진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 15일 89개 중국 현지 증권사들이 참여한 후강퉁 최종 모의테스트에서도 강구퉁 1일 한도가 30분 만에 매진 되는 등 후강퉁의 높은 투자 열기를 예고한 바 있다.
 
후강퉁에 힘입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 넘는 상승세로 개장했고, 홍콩항셍지수도 장 초반 1% 가까운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후강퉁 기대감이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에 장중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상하이종합지수 차트(자료=야후파이낸스)
 
그래도 여전히 활기를 띄고 있는 중국 고배당주에 대한 거래는 주목할 만하다. 배당주 종목에 해당하는 상하이자동차와 정저우유퉁버스는 각각 2%와 3% 넘게 뛰고 있다. 그간 저평가 돼있었던 상하이국제공항도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총 상위 종목에 포진해 있는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은 장중 약세로 전환했다.
 
◇中자본시장 지각변동..위안화 국제화 촉진
 
후강퉁 시행은 중국 자본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어가면 저평가된 중국 증시는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후강퉁 시행 전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미국·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 비중은 9%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후강퉁 시행과 함께 약 7~8조위안의 유동성이 본토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UBS증권은 후강퉁 실시 이후 1년 동안 5500억위안의 해외 자금이 중국 증시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미 리커창 총리가 후강퉁 실시를 선포했던 지난 4월 이후 무려 20% 이상 급등했다. 신은만국증권은 현재 2500선 부근에 머물러 있는 중국 증시가 내년에 3000선을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샤오강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후강퉁 개통식에서 "후강퉁으로 중국 자본 시장이 개혁·개방 및 발전에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회를 맞게 됐다"며 "중국 증시에 글로벌 투자와 리스크 헤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상하이거래소 개방 물결에 힘입어 중국 선전거래소도 향후 2년 내 교차 거래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에 이어 선전까지 연계된다면 이는 뉴욕 증시를 빼고는 세계 최대 자본 규모의 주식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후강퉁을 1980년대 런던 금융의 '빅뱅'과 비교하며 "빅뱅 덕분에 런던 시장도 뉴욕과 세계 금융 허브 지위를 다툴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컸다"고 설명했다.
 
후강퉁 시행은 위안화 시장 확대를 촉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 통화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 금융 당국 역시 한 사람당 2만위안으로 제한하는 홍콩 주민들의 위안화 환전 한도를 후강퉁 시행에 맞춰 폐지하면서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
 
케닉스 라이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 애널리스트는 "후강퉁 시행으로 위안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도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