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셋 뮤지션 유희열이 가요계에서 사는 법
2014-11-15 15:25:04 2014-11-15 15:25:04
◇뮤지션이 유희열이 토이의 새 앨범을 발매한다.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현재 가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아이돌 가수들이다. 아이돌들은 최신 음악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음악 방송의 1위 트로피는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들에게 돌아가기 마련. 다른 장르와 연령대의 가수들이 무대에 설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마흔 세 살의 뮤지션 유희열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활약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지난 1994년에 데뷔한 유희열은 여전히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40대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오는 18일 그가 발표할 예정인 토이의 새 앨범과 지난 13일 개최한 음악 감상회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마흔 셋의 뮤지션 유희열이 가요계에서 사는 법이 보인다.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음악과 관련된 모든 스태프들 중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남들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10곡 이상이 실린 가수의 앨범을 느긋하게 듣고, 즐기는 음악팬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가수들이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 위주의 활동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유희열은 토이의 새 앨범을 13곡이 실린 정규 앨범으로 제작했다. 그는 “아직까지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런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은 다른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노래를 듣고 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 명시돼 있을 뿐, 그 노래의 기타 연주는 누가 했는지, 믹싱을 누가 했는지 등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의 이름만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유희열은 음악 작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토이의 앨범에 실었다. "조명, 음향, 미술 등과 관련된 모든 스태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러나 그는 시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많은 뮤지션들이 과거엔 아날로그 시스템의 녹음을 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스템의 녹음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서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이 100% 완벽할 때까지 반복 수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과거에 있었던 음악적 예술성이 사라졌다고 절망감을 표현하는 베테랑 뮤지션들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유희열은 “그렇게 얘기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신세 한탄만 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다시 손악보 그리기 시작.."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 고민"
 
과거엔 많은 뮤지션들이 손으로 악보를 그려 음악 작업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의 음악 작업은 컴퓨터 앞에 앉아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유희열은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다시 손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일까?”란 고민에서 시작됐다. 유희열은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그리면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노래에 음악적 치열함을 담아냈다. 
 
토이의 새 앨범 타이틀곡인 ‘세 사람’은 유희열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인 ‘토이표 발라드’다. 이 노래는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넌 장난이라 해도. 널 기다렸던 날, 널 보고 싶던 밤. 내겐 벅찬 행복 가득한데"라는 후렴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토이의 히트곡인 '좋은 사람'의 2014년 버전이다.
 
유희열의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은 이 노래에서도 드러난다. '세 사람'의 가사는 드라마의 시놉시스처럼 쭉 이어지는 스타일이다. 곡 전체의 스토리나 메시지를 중요시하기보다는 비슷한 어감의 반복을 통해 대중들이 기억하기 쉬울 만한 포인트를 만들어내려는 요즘의 노래들과 '세 사람'은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노래다.
 
◇"토이 앨범은 민폐..아이돌에게 가장 어려운 노래 주고 싶어"
 
유희열은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유희열이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내면 그 노래를 녹음실 안에서, 또는 무대 위에서 대신 불러줄 보컬리스트가 필요하다. 토이의 앨범에 많은 가수들이 객원가수로 참여하는 이유다. 그래서 유희열은 “토이의 앨범은 민폐”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도 성시경, 이적, 김동률, 선우정아, 다이나믹 듀오, 권진아, 김예림, 빈지노, 악동뮤지션 이수현, 자이언티, 크러쉬 등 많은 가수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 많은 가수들을 한 앨범의 객원 가수로 섭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과는 가요계의 정서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예전엔 동료 뮤지션들이 녹음실에 항상 같이 있었고, 술도 함께 마시면서 품앗이 개념으로 앨범 참여를 해줬다는 것이 유희열의 설명이다.
 
하지만 음악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앨범에 참여할 가수를 섭외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각 가수들마다 소속된 소속사가 있고, 소속사 차원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가수들의 활동을 관리한다. 게다가 음원과 디지털 싱글 위주로 첨예한 시대에 살고 있는 탓에 모든 가수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쏟아지는 섭외 요청을 다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희열은 토이 앨범의 객원 가수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악취미일 수도 있는데 만약 이번 앨범에 아이돌을 보컬로 썼다면 제일 어려운 노래를 부르게 했을 것”이라는 것. 아이돌이 앨범에 특별 참여를 하게 될 경우, 많은 앨범 제작자들이 아이돌의 인기를 상업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유희열의 시각은 달랐다. 그의 눈은 상업성이나 대중성보다는 음악 자체를 향해 있다. "최근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이 그런 노래를 불렀을 때 어떤 느낌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말에서, 유연한 듯 보여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지닌 뮤지션 유희열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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