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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총수에..연말 앞둔 재계 "숨도 못 쉽니다"
2014-11-14 17:36:52 2014-11-14 17:36:52
◇서울 서린동 SK본사ⓒ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2014년 한 해 마감을 한 달여 앞두면서 재계의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대다수 기업들이 저조한 성적표를 손에 쥔 채 폭풍전야 속에서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들은 뜻하지 않은 총수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숨죽이는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이 22개월 가까이 수감 중인 SK그룹은 다음달 15일을 전후로 사장단 및 임원급 인사를 단행한다. 최 회장이 장기 부재 속에 맞는 두 번째 정기 임원인사로 지난해처럼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전체적인 인사 방향과 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다수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번 인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사업 등에 힘입어 2분기 424억원 적자에서 3분기 488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3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급감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로서의 위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상황.
 
SK텔레콤도 3분기 영업이익이 5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영향으로 보조금 지출이 줄면서 4분기 회복이 기대되긴 하지만, 돈을 더 벌어들인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은 영향이기 때문에 웃을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시장 지배적 위치도 약화되고 있어 출혈경쟁만으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SK그룹은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을 선언한 바 있어서 이에 부합하는 최고위 임원급 물갈이 인사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연말 인사를 눈 앞에 둔 각 사의 표정은 지극히 어둡다.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개편이 동시에 진행 중인 삼성그룹은 일감이 몰아치는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실탄 마련을 위해 삼성SDS가 14일 상장했고, 다음달 중순에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까지 상장하면서 순환출자 해소도 진행해야 한다.
 
12월 초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에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맞물려 그야말로 메가톤급 인적 쇄신도 전망된다.
 
특히 급감한 실적 탓에 획기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기치를 걸고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으로 그룹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이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긴 하나 총수 중심의 삼성 문화를 감안하면 쉽사리 공백을 메우려 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등의 후속조치로 최고 경영진급의 교통정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등 실적 부진이 부각되고 있는 계열사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임원과 이 자리를 차지하며 전면에 서게 될 임원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모든 중심에는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이 위치해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이 가시화되면서 조직이 유기적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던 김연배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11일에는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이 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임명됐다.
 
금 실장은 이미 2007년에도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김승연 회장을 보필한 적 있는 최측근이지만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어 이번 그의 복귀는 그룹 내부에서도 깜짝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김 회장이 복귀를 앞두고 이른바 확실한 '믿을맨'을 주위에 포진시켰다는 평가다.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의 수장을 교체한 만큼 이르면 다음달 김 회장의 복귀시점에 맞춘 임원급 쇄신인사의 폭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효성그룹은 실적 부진에 총수 일가의 분쟁이 더해져 예년보다 더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효성은 섬유부문 부진에 중공업부문의 매출 인식 지연 등으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한 12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세전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조석래 회장의 둘째아들 조현문 변호사가 지난 21일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배임 및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과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대외에 전격 공개하면서 총수 일가의 가정 문제가 그룹사의 경영에까지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문제까지 더해져서 연말 인사나 사업구조 개편 등이 어떻게 변할지 내부에서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는 한 그룹사 임원의 토로가 재계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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