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거사 재심서 검찰 백지구형, 정당하지 않아"(종합)
2014-11-06 19:33:59 2014-11-06 19:33:59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위법한 수사관행이 드러난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검찰이 으레 '백지구형' 의견을 밝히는 것은 '검사로서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과 같아 적법하거나 정당하지 못하다'고 법원이 지적했다.
 
형사재심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게 정직의 중징계를 내린 법무부의 처분이 잘못된 것이라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에서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 수석부장)는 6일 임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처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것 자체가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의견진술의무와 검찰조직원으로서 절차에 따라야 할 의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의무를 우선해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이라며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백지구형'은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유무죄 여부와 적정한 형의 정도에 관해 의견을 진술하지 않거나 의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검사로서 의견을 진술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예정한 적법한 의견 진술이나 법령의 적당한 적용 청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의견진술의무를 부여해 유무죄의 심증을 형성하도록 의무를 지운 것"이라며 "공소제기와 유지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는 이를 준수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무죄의견을 진술해 검사의 의무와 직무를 적법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임 검사에게 백지구형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있는 상급자의 권고에 해당하지 않고, 상급자의 적법한 지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임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 '징계청원'이란 글을 올려 조직 내부에 혼란을 초래한 점도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 내부게시판은 검사와 검찰 구성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 등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임 검사가 해당 글에서 다소 비판적인 표현을 썼지만 자극적이거나 용인하지 못 할 수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갖고, 의견을 내 검사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한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뒤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퇴근했다가 뒤늦게 보고한 점은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 검사의 징계사유가 경미한 점과 근무 실적이 우수한 점 등에 비춰 정직 4월의 징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 검사는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62년 유죄가 확정된 윤모씨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임 검사는 상관에게서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는 백지구형 의견을 낼 것을 지시받았다.
 
무죄구형 의견을 굽히지 않은 이유로 업무배제 조치를 받은 임 검사는 당일 법정에 출석해 무죄를 구형했다. 이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법원에서 퇴근했다.
 
2013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부의 제청을 받아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게 정직 4월의 징계를 내렸고, 임 검사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부장검사가 임 검사에게 직무이전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며 임 검사가 결심공판에 출석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