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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패션왕', '간지'가 콸콸 쏟아지는 독특한 영화
2014-11-04 16:07:25 2014-11-04 16:07:25
◇<패션왕> 포스터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약 빨고 만든 <패션왕> 포스터"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인 한 게시글의 제목이 이랬다. 그리고 포스터가 달려 있었다. 반응은 꽤 좋았다. "주원의 다리 보다는 옷깃을 잡고 각도를 정확히 유지한 세 손가락에 주목해야 한다", "아름다운 무릎의 자태" 등 재밌으면서도 다양한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포스터부터 이 영화는 전례가 없는 스타일을 구축했다.
 
포스터처럼 영화 역시 독특하다. 독특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특이하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판타지가 영화 곳곳에 널려 있다. 10대와 20대 초반만이 알아들을 법한 신조어들이 영화를 메운다. "감독님은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다 알고 계신가요? 저는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라는 한 40대 기자의 질문이 이해가 간다.
 
◇<패션왕> 스틸컷 (사진제공=NEW)
 
영화는 지방의 한 학교에서 빵셔틀로 지내온 우기명(주원 분)이 빵셔틀을 피하기 위해 서울의 기안고로 전학 온 뒤 간지에 눈을 뜬 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각종 패러디 열풍과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개봉 전부터 이 웹툰을 어떻게 영화화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부유하지 못한 자인 우기명과 창주(신주환 분), 남정(김성오 분)이 가진자의 상징인 김원호(안재현 분)와 상대한다는 큰 줄거리 안에 웹툰이 갖고 있는 특유의 '병맛'(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고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코드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입학식에 누가 가장 멋진 패션으로 등장하느냐가 핵심이고, 운동회를 하더라도 성적보다는 어떤 체육복을 입고 등장하느냐가 관심이다. 계주달리기를 할 때 뛰지 않고 마치 런웨이를 하면서 걷다가 하늘로 떠오른다. 이외에도 우스꽝스러운 지점이 다양하다.
 
웹툰이 뒤로 갈수록 스토리에 힘이 약해진 단점을 영화는 나름의 리얼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보강한다.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의 구색을 맞춘다. 억지스러운 감이 없진 않지만,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정도는 아니다. 도저히 영화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서는 성공적인 셈이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한 학생이 패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를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지점 역시 영화만의 매력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없는 자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간지"라는 의외의 교훈도 있다.
 
후반부 '패션왕'이라는 리얼버라이어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수와 모델, MC, 디자이너 등 업계에서 유명한 카메오들을 등장시키며 색다른 형태의 구성을 드러낸 점도 기존의 영화하는 다른 부분이다.
 
◇주원-설리-김성오-안재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NEW)
 
원작의 재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우기명은 물론 창주 역의 신주환, 김성오 역의 김남정, 은진 역의 설리까지 나름의 특색을 실사화했다. 비주얼은 고민의 흔적이 가장 많이 보이는 대목이다. 즐길 거리가 확실히 많다.
 
주원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다. 다소 어리바리한 우기명을 콘셉트로 잡은 주원과 그 친구 창주 역의 신주환의 호흡은 꽤나 훌륭하다. 있는자의 표상이 된 안재현은 충무로의 샛별이 될 듯 싶다. 첫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 이어 두 번째 영화인 설리는 첫 작품보다 더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못생긴 설리는 신선하다.
 
김성오의 코믹 연기가 아니었다면 위의 배우들의 연기는 빛이 바랬을 수도 있다. 김성오는 다소 독특한 캐릭터인 남정을 통해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의 코믹연기는 확실히 존재감이 강하다.
 
볼거리가 많지만 1020만을 위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생선'이 물고기가 아닌 '생일 선물이'라는 것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관객들이나 재미를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신조어가 범람한다. 병맛 특유의 취향이 맞지 않으면 영화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40대의 한 기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완성도와 작품성을 논하기 전에 이해 자체를 못 할 수 있다.
 
반면 1020 세대에는 새로운 형식의 '간지'나는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낼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1020의 평가가 가장 기대되는 영화다.
 
11월 6일 개봉. 상영시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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