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정우용 상장협 전무 "주총 성립요건 완화해야"
섀도우보팅제 폐지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점 보완 절실
2014-11-04 08:23:50 2014-11-04 08:23:50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후 상장협)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그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보통 요맘때면 상장사 주총 시즌을 앞두고 바쁘지만 요즘엔 폐지를 앞둔 섀도우보팅제 때문에 더욱 바빠졌다.
 
섀도우보팅제는 지난 1991년 주주총회 불성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의결권대리행사제도로주총이 형식화되고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오용된다는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오는 2015년 1월1일 폐지될 예정이다.
 
하지만 섀도우보팅제 폐지로 인한 주총 불성립과 그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등 문제점이 제기됐고 이에 상장협은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섀도우보팅제 폐지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우용 상장협 전무(사진)은 3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섀도우보팅제 폐지 관련 토론회 개최 이유와 소득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섀도우보팅제 폐지 공감하지만 미흡한 대안이 문제
 
정우용 전무는 토론회를 두번이나 개최한 이유에 대해 기업과 협회의 존재 이유 먼저 언급했다.
 
"사람들은 협회를 회원사(유가증권 상장사)의 이익을 위한 단체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회원사가 존재하기 위해선 주주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사실부터 먼저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그는 기업과 주주 관계를 시작으로 토론회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위해선 경영 활동을 원활히 해야 하고 주주총회 등을 통해 경영 방침을 정해야 합니다. 만약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이 무너지면 회사 뿐만 아니라 소액 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섀도우보팅제 폐지는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것들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법학박사인 정우용 전무 역시 섀도우보팅제 폐지는 공감한다. 다만 제도 폐지로 생기는 공백이 크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섀도우보팅제는 법리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어떻게 메울 것인가는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 전무는 협회가 주최한 두번의 토론회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중 첫 토론회는 분위기 환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첫 토론회를 개최할 당시 업체의 주총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비롯해 참석자가 300명 이상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토론회를 생각해 보십시요. 토론회 방청객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데 그만큼 섀도우보팅제 폐지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책 당국 관계자도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에) 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토론회는 대안책 마련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섀도우보팅제 폐지는 점점 다가오고 그에 따른 대안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나 법무부에서 시급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던 찰나 국회 쪽에서 제안이 먼저 왔습니다. 당시 국회 쪽에서 섀도우보팅제 폐지와 관련된 업무를 기획하고 있었고 상장회사를 대변할 수 있는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두번째 토론회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후속 토론회의 가장 큰 효과는 정책을 입안하고 법안을 개정하는 국회 쪽에서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금융위와 법무부가 시급성을 빨리 깨닫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섀도우보팅제 폐지의 대안으로 어떤 것을 논의하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움직임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적절한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장사 주총위해 노력 안한다는 건 오해
 
일각에선 섀도우보팅제 폐지에 앞서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상장사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전무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그 기간동안 주총은 한 번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상 기회를 한번 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주주총회가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기간의 개념이 합리적이겠지만 사실상 기회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정 전무는 한 업체를 예로 들며 상장사의 고충을 언급했다.
 
"회사들이 노력해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업체는 주주총회 성립을 위해 벌써부터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얻으려고 일선 영업직원들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얻은 위임장을 합쳐봐야 의결권 9%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주총회 성립이 안 되는 것이죠. 업체가 본업을 접고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오히려 영업활동에 차질이 생겨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총성립 요건 완화 절실..낡은 법·규정 개선돼야
 
정 전무가 섀도우보팅제 폐지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은 것은 주총 성립의 완화다.
 
"그냥 완화시켜달라고 하면 노력하는 기업들은 부당하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 당국에서 얘기하는 전자 위임장과 전자 투표제 등을 도입하는 회사에 대해선 의결 정족수를 완화시켜주는 것 등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섀도우보팅제 폐지를 통해 낡은 법과 규정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은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유행도 바뀌고 사회 현상들도 바뀌듯이 우리는 시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슈퍼주총데이 문제도 해결돼야 합니다.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슈퍼주총데이 문제가 심각했지만 법이나 거래소 규정을 통해 주주총회 개최일을 분산시켰습니다. 이러한 규제도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국도 이러한 노력을 감안해 제정상법 시대가 아닌 현재에 걸맞은 규제로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업과 정책당국이 함께 노력해야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경제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정 전무는 성균관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회사무처 교육훈련과 교수와 국회 입법·정책 보좌관(4급) 등을 지냈다. 현재는 상장협 전무와 국회입법조사처 조사분석지원단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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