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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무역수지 사상 최대..'내수-투자' 활성화는 언제?(종합)
2014-11-01 15:53:43 2014-11-01 15:53:4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10월 수출액과 무역수지가 월간 역대 최대 무역실적을 갈아치웠다. 정부는 이런 수출호조세를 고려할 때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가 가능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무역동향만 가지고 좋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수출과 내수-투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했던 점을 떠올리면 수출에서는 선방한 셈이지만, 내수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년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오른 518억5500만달러, 수입은 3.0% 줄어든 442억5600달러를 기록했다. 무역흑자는 74억9900만달러로, 지난 2012년 2월 이후 33개월 연속 흑자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10월에 달성한 수출실적과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수출액은 지난해 10월에 달성한 504억8000만달러였는데, 1년 만에 그 기록을 13억달러 넘게 초과 달성했다. 무역흑자가 70억달러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선전했고 컴퓨터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늘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는데 올해 무역흑자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무역규모는 1조1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무역실적 달성을 기정사실로 하더라도 마냥 손뼉칠 수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정부는 무역흑자가 내수활성화로 이어지고, 소비가 살아나 기업도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지금의 경제상황과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이 약속이 무색해질 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조사한 10월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9월보다 더 떨어졌고 4월 세월호 사고 직후의 소비자심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미래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조사에서는 지수가 91을 기록해 9월보다 6포인트나 줄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소비자심리 위축은 유통가 매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산업부가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월간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유통가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2분기 이후 10분기째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세다. 백화점과 기업형수퍼마켓(SSM) 역시 명절 대목이나 반짝 세일 때를 제외하고는 실적이 저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연일 정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재정확대와 기준금리 인하까지 외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 역시 경기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의 경기실적지수가 기준치 100을 넘은 경우는 올해 3월(100.7) 딱 한번밖에 없었다.
 
산업부에서 조사한 제조업 체감경기 역시 마찬가지인데,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동안 한번도 경기가 나아진 적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실물경제가 선순환은커녕 따로 움직이는 상황은 자칫 그나마 있는 수출과 내수, 투자확대의 연결고리마저 약화시킨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주체들에게 장기적 성장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최근 어닝쇼크급 실적부진을 겪고 업계의 경기전망까지 비관적"이라며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경제활성화 입법은 좌초됐고 국내의 경기회복세까지 뚜렷하지 않아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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