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진전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하는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그동안 미국 조야에서 부차적 이슈로 밀려나 있던 한.미FTA의 의회 비준동의 문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한미 FTA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FTA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양국간 FTA 문제는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동맹 관계의 강화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화록은 관점에 따라서 원칙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FTA의 진전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다른 전향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FTA를 진전시켜 나간다'는 양국의 입장은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 때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한미FTA에 관한 언급은 2월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나온 입장과 같은 맥락이며 종전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2월 방한 때 한미FTA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고, 대신 유명한 외교통상부 장관이 회담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미FTA가 양국관계의 발전에 기여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진전시켜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FTA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정상회담이 열린 런던 현지에서는 양국이 실무차원에서 한미FTA에 관한 의견조율을 통해 미국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6월 워싱턴에서 열릴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의 진전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이 협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부차적인 이슈로 밀려나 연내 비준마저 불투명해보이던 한미FTA의 조기 비준에 관한 섣부른 기대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미국측 입장을 좀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다소간의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한 미국 행정부의 관리는 "회담에서 일정(schedule)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한미FTA 비준동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양 정상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를) 진전시키는데 한미 상호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나, 이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길 희망하며 우리 스태프들이 이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논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호 어려움이 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표현에 방점이 놓여져 있다면 한국측에서 전향적으로 해석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을 읽을 수있다.
또 일정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조기 비준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분석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FTA의 진전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동안의 유보적 태도에서 몇발짝 나아갔다고 하더라도 FTA의 비준동의가 의회의 소관사항이라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임기말 수차례에 걸쳐 의회에 한미FTA의 비준동의를 촉구했으나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도 이러한 분위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 의회에 제출한 국별 무역장벽평가(NTE)보고서에서 미 행정부가 한미FTA를 둘러싼 이슈 가운데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가야할 이슈로 자동차 교역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공식화해 FTA의 비준에 앞서 양국간 자동차 통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USTR에서는 한미FTA를 비롯해 계류중인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에 관해 재검토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되기 까지는 최소한 몇달이 더 걸리릴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각종 통상이슈의 우선순위에서도 한미FTA가 후선으로 밀려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미FTA의 조기비준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며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만한 확실한 계기를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두달 후 양국 정상이 워싱턴에서 회동키로 한 가운데 한국의 국회가 FTA의 비준을 서두르고, 한-유럽연합(EU) FTA의 체결이 임박한 상황 등은 미국내 분위기 반전을 압박하고 요소라는 점이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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