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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온고지신)②전통에 현대적 재해석..행남자기를 가다
2014-09-24 10:07:59 2014-09-24 10:07:59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잔잔한 가을바람과는 달리 공장 문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한여름 아스팔트를 방불케 했다. 주변의 모든 소음은  공장 안 굉음 속으로 빨려 들었다.
 
9월 중순 경기 여주시 점동면에 위치한 행남자기 공장의 단면이다.
 
자동화 기계 8개, 반자동 기계 6개, 가마 7개 등 최신식 설비들이 늘어선 공장 안에서 172명의 직원들이 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가마가 달궈지는 소리, 그릇을 다듬는 기계 소리에 귀마개는 필수다. 여름에서 비껴간 날씨지만 40도에 육박하는 실내온도에 곳곳에 선풍기와 에어컨이 돌고 있다.
 
쉼 없이 움직이는 기계와 직원들의 손놀림으로 하나 둘 도자기는 제 틀을 찾았다.
 
◇성형기에 반죽흙 제품이 놓여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도자기 제조..전통적 방식과 현대적 방식의 결합

도자기는 본애쉬(소뼈가루)·점토·규석 등 원료를 분쇄해 섞는 '원료가공', 혼합된 원료를 진공토련기에 넣어 공기와 기포를 제거하는 '진공토련'의 준비단계를 거친다.
 
원료를 분쇄하는 데만 10시간이 걸리고, 일주일 정도 숙성되는 시간도 필수다. 원료가 가공되는 공장은 돌끼리 부딪히는 소리에 잠시라도 조용할 틈이 없다. 
 
◇원료가 가공되는 제토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후 혼합된 원료는 제품의 모양과 형태를 성형기로 뽑아내는 '성형' 단계를 거친다. 손으로 반죽된 흙을 빚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접시류, 컵 몸통, 밥그릇 등은 기계에 장착된 성형기 위에 얹어져 가공되고 있었다.
 
제 형태를 찾은 성형제품은 스펀지·알갱이를 이용해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1280℃ 가마 안에 들어간다. 흙과 불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1차 초벌구이를 마친 제품은 수분 흡수를 막고 광택을 내도록 유약을 표면에 입힌다. '시유' 과정이다. 유약 처리한 제품은 1150도에서 다시 한 번 구워진다. 이제야 '뽀드득' 윤이 나는 하얀 그릇이 완성됐다. 
 
◇흙 반죽이 성형되는 모습과 시유과정.  (사진=뉴스토마토)
  
기계 중간중간 사람의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완성된 몸통에 컵 손잡이를 붙이는 일, 초벌구이된 제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 역시 직원들의 손에서 이뤄진다.
 
기본적 제품이 완성됐다면 이제는 디자인을 입힐 차례. 사람의 손이 민감해진다. 그릇 하나하나에 전사지(무늬그림)를 붙이고, 붓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도자기는 사람과 기계의 교집합에서 탄생된다.
 
◇여주공장 연간 생산량 평균 600만개 수준 
 
이런 방식으로 행남자기 여주 공장에서는 한 달 동안 평균적으로 50만개 정도의 제품이 생산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600만개 수준이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던 작업은 지난 2002년 공장 완공을 기점으로 공정 내 자동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정 간에는 인력이 요구되며, 디자인 요소 첨가나 결함 여부 확인에는 기계화가 어려워 15년 숙련공들의 손을 필요로 한다.
 
김덕용 행남자기 공장장은 "최신설비를 도입한 요인 중 하나는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기 위함이었다"며 "도자기 공장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사람의 몫이다.  
 
◇가마에 2번 구워진 도자기. (사진=뉴스토마토)
 
◇"제조 기반으로 불황 극복하겠다" 
 
행남자기는 올 상반기 신사업 진출 발표와 투자자 철회에 따른 신사업 무산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업황 부진에 따른 돌파구였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현 상황에서 회사 측은 제조 기반으로 불황을 극복할 뜻을 내비쳤다. 70여년의 제조 노하우와 공장·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다져진 기술력을 기반 삼아 고급화된 제품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김 공장장은 "전체 인원의 10% 정도가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본애쉬가 50% 이상 함유된 본차이나 기술을 개발한 저력을 바탕으로 고급 도자기 시장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제품이 따라오지 못할 섬세한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고급화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 공략은 물론 유럽·미국 등 바이어의 눈도 사로잡는 것이 목표다. 양질의 자체적 디자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 기반은 필수다.
 
국내외 여건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도자기는 누군가는 해야 될 사업이다. 행남자기는 우리가 제조한 고급 도자기로 답을 찾고자 한다. 우리의 역사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만들어냈다. 그 명맥을 행남자기가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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