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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20년 만의 파업 가시화..'벼랑끝 위기'
2014-09-23 14:06:48 2014-09-23 14:11:3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이 20년 만에 파업 위기에 몰렸다. 조선 업황 침체와 해양플랜트 손실로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년 만에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벼랑 끝에 서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는 등 경영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노조가 끝내 파업에 나설 경우 현대중공업 노사의 화합을 상징하던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부터 26일까지 군산과 음성·서울·용인 등 전국에 산재한 1만8000여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25일까지 교섭을 벌이도록 돼 있지만 노사 양측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앞서 노사 양측은 지난 5월1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지만 임금 인상 등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이며 합의안 도출해 실패한 바 있다.
 
중노위는 24일 마지막 조율에 나설 예정으로, 여기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25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될 경우 현대중공업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24일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사측이 깜짝카드를 제시할 경우 극적인 막판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선임된 권오갑 사장의 경우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모든 신입사원들의 첫 월급을 노란 봉투에 전액 현금으로 담아 주고, 부모님들을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공장으로 초청해 견학을 시켜드릴 정도로 살뜰하게 직원들을 챙기는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하지만 노조의 파업 의지가 강해 업계에서는 노조의 찬반투표 실시가 사실상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 만장일치로 쟁의를 결의했다.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 1차 조정에 이어 22일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파업을 강행키로 결의를 모았다.
 
노조 집행부는 또 파업 가결을 독려하기 위해 22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26일까지 진행되는 파업 찬반투표 승리를 위해 모든 노조 간부가 철야농성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지회,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울산대학교병원분회, 현대호텔노조 울산 등 계열 사업장 노조들은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이에 사측은 마지막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하루 1030억원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며 “마지막까지 교섭에 성실히 임해서 분규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되는 23일 오전에는 신임 권오갑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 나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파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권 사장은 호소문에서 "회사 안팎의 경영상황이 전에 없이 어렵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며 "이제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회사가 가족 여러분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됐다면 그건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열심히 일해오신 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께 실망을 드렸다"며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23일 오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앞서 권 사장은 지난 16일에도 사내 소식지를 통해 "세계 1위의 명성과 영광을 잠시 내려놓자. 노사의 편 가르기도 그만두자. 오직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다시 시작하자"고 간곡하게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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